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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모를 이야기
일기 | 11/03/06 21:11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게는 참 미안한 일이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내 의중을 알던 사람이 그 사람에게 건넨 말은 내가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서로 얼굴이 보이는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차마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으므로.

오늘, 이름이 유별나게 긴 것 같은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와 스칠 듯한 시간의 간극을 두고 같은 곳들을 지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곳들의 순서도 비슷했으며 느꼈던 점이나 받았던 인상 등이 흡사했다. 그 깐깐했던 차가운 네모덩이와 그 안의 것까지도. 생각해 보면 누구나 거기서는 그렇게 되는 걸까 싶기도 했다. 나와 그 사람이 동류의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왜냐면 그는 내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그 독백처럼 짧게 남긴 말은 내가 한참 후에 하게 될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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