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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을 경우
일기 | 11/08/21 00:24
2호선 열차가 방배역을 지나 교대쪽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내 앞의 사람이 문자를 하는 것이 우연히 시야에 들어왔다. 대충 보니 이 사람은 3호선 양재쪽으로 가야 하는데 대화의 상대가 얼른 오라고 재촉하는 그런 상황. '이제 교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탐'이라고 보내는 걸 보니 흔히 늦은 사람들이 하는 가벼운 거짓말이구나 싶었지만 왜 다들 그런 말을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집에서 나오지도 않은 사람이 방금 출발했다고 하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있으면 요즘은 환승 시간까지 계산해서 도착 시간을 알 수가 있는데 저런 말을 하면 뻔히 거짓말인 게 들통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는 5분 10분 정도 늦는 것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줄여보려 거짓말을 하는 그 뻔뻔함이 느껴질 때는 그것이 굉장한 언짢음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늦었으면 솔직히 늦었다고 얘기하고 정확히 언제쯤 도착할 것 같다고 얘기해 주는 게 늦은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30분쯤 늦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1시간 후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연락 없이 오는 사람들은 정말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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