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모든 세탁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빨래를 포기하고 학교로 갔다. 원래는 더 일찍 갔어야 했는데 역시나 며칠 동안 늘어져 있었던 관계로 쉽지 않았다. 해동에서 학부 졸업 논문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을 좀 하다가 트위터에서 낚여서 종로로 출발.
홍대돈부리로 배를 채우고 빅이슈를 샀다. 특집 기사로 '홈리스에게 집을 주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었는데, 첫 페이지가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이 빅이슈를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 그녀는 홈리스였던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엄연히 실내에서 잘 잔다. 글을 읽어보니 '노숙인'이 아니라 '주거 취약자'를 나타낸다고 한다. 어쩐지 영화에서 같은 건물의 사람들이 티비도 보러 오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애정만세>는 재미있었다. 낙원상가 엘리베이터로 부랴부랴 뛰어갈 때 문 열고 계셔 주던 분의 어그 부츠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어그 부츠도 예뻤다. 사람 사랑하는 이유 따위를 영화에서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한 내 생각이 이미 좀 글러먹은 거 아니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양익준 감독의 영화는 처음 봤다. 영화 이야기야 앞에서 많이 했고, 그 뒤에 영화 외적으로 감독이 계속 한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이 많았다. <똥파리> 이후로 항상 쉬고 싶었는데, 생활이 없어져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까지도 고갈되었다고. 역시 생활이 있어야 영화도 만들 수 있고 다른 것도 신경 쓸 수 있는데 최근엔 그러질 못해서 아쉬웠고 현재 쉬고 있다고. 그리고 '영화'라는 것과 연기자로서 감독으로서 또 영화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몸이 안 좋으시다던데 얼른 나으셔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활동 많이 하셨으면.
졸업 논문 쓰겠답시고 학교 올라갔다가 바로 나와서 영화 보고 들어왔는데 이래저래 얻은 것도 많고(기대한 건 전혀 못 얻었지만) 생각한 것도 많고 좋은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