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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 여자의 일생
책 |
11/01/28 22:23
본격 성인물
수도원 생활을 마친 한 소녀가 미래에 대한 부푼 꿈과 앞으로 펼쳐질 전원 생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이사를 온 곳에서 만난 한 멋진 남자와 축복(처럼 보이는 분위기) 속에 결혼한다. 이후 펼쳐지는 모든 상황은 그야말로 시궁창, 헬오브지옥.
위에서 '본격 성인물'이라고 장난처럼 써놨지만, 아마도 미성년자가 이 글을 읽었을 때의 감상은 성인이 되어 결혼을 앞둔 사람의 감상과 다를 것이요 결혼을 하고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의 감상과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혼식 날 아버지가 들려준 짧은 이야기로부터 어렴풋이 남자와의 육체적 관계를 상상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공포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그 본능적 쾌락을 느끼게 되는 과정까지의 서사는 성인이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또한 남편의 행동에서 '결코 영혼의 밑바닥까지 들여다 볼 수 없으며 각자의 정신은 영원히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자각하는 모습에 관한 통찰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는 전율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투덜거리며 "말이나 신경쓰며 잘 타고 가는 게 좋을게요"라고 내뱉는 말에선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후에 주인공은 이사 초기에 품었던 모든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적 격차에 계속되는 절망감을 느끼며 주변 인물들의 몰랐던 행동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추락하는데, 누군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사 오고 나서 전원이나 바다에 대한 묘사는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주인공의 꿈과 희망을 부풀려서 이야기할 필요는 있었으리라. 오두막이 굴러떨어지는 블록버스터 이후로는 전개가 빨라지고 대립의 큰 축 하나가 사라짐으로써 이야기 자체의 긴장감이 사그러들지만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아들 놈이 계속 속 썩이니까
잘도 이런 걸 35살에 쓰셨구만. 남자가.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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