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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마지막 날
단상 | 04/12/31 01:58
2004년 12월 31일이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나누는 일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막 보신각 종 치는 거 TV에서 보고 '오오' 그러고, 의미를 부여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별 생각도 없다.

하지만 돌아보는 것 정도는 필요하겠지. 무의미한 날짜 나누기조차 없었더라면 반성같은 것은 생각도 못 했을 것만 같다. 2004년 처음에는 뭘하고 있었나. 돈 없어서 굶고 있었던 것 같다. 진욱이형 방에 기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만원으로 일주일을 나고 있었다 - 아침에 하숙밥을 먹고, 잠을 잔 후에 저녁에 일어나서 천원으로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었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버텨야했으니까. 아마 카메라와 렌즈 등에 돈을 너무 써서 그랬던 것 같다. 진욱이형께서 "기숙사로 오면 내가 피자를 쏘지 우후후"라고 하셨는데, 난 그 때 기숙사까지 갈 차비도 없었다. 걸어가자니 못 먹어 허기가 진 상태라 어림도 없었고... 어째 책상 위를 뒤지니 500원이 나오길래 기숙사까지 갔다. 그리고 피자를 얻어먹고 기숙사의 농협 ATM에서 잔액을 보니 생활비가 입금되어 있었다. 그땐 정말 굶어죽는 줄만 알았다.

겨울방학은 비교적 잘 보낸 것 같진 않다. RDM을 죽어라 해서 그건 잘 하게 됐지만... 소위 말하는 '생산적인 일'이라거나 '자기 계발'등등에는 전혀 시간을 쓴 것 같지 않다. 머리 속으로 걱정은 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1학기는 그럭저럭... 뭐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여름방학 또한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무진장 더웠던 것 밖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던 날씨였다. 가끔 학교로 가면 싫어하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도 좋아할 수밖에 없던 기온이었으니까... 하숙집 또한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나갔다 오면 땀이 한바가지가 흐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땀이 서너배는 많이 나는 체질인데 날씨마저 그 모양이었으니 나는 정말 괴로웠다. 아, 또 생각나는 것. 의자에 앉은 채로 선풍기를 쐴 때 다리 쪽에 바람이 가면 상체에서 땀이 나고 상체에 바람이 오면 다리에서 땀이 나고... 참 웃지도 못할 상황들이었다. 주택이라서 여름에는 엄청나게 덥고 겨울에는 무진장 춥다.

2학기는 만신창이였다고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고 나서도 그다지 시간을 잘 보낸 것 같진 않다.

위까지는 생각나는 것만 적은 사실들.
남은 2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다.
어떻게 될지는 내게 달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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