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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
일기 | 06/02/21 22:11
페코를 데려 온지도 2주 정도 되어간다. 처음에 애가 밥을 잘 못 먹고 그러길래 처음 온 집에 적응을 못 하고 환경이 바뀌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러는 줄 알고만 있었다. 사료를 사면서 캔 사료를 덤으로 받았는데 그걸 따 주니 걸신들린 듯이 먹길래 '아 잘 먹는구나'하고 안심했다.

며칠 전에 페코가 밤 중에 화장실에서 침을 흘리면서 구토 증상을 보이길래 깜짝 놀랐는데, 난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보며 걱정만 하다가 잘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방 이곳저곳에 침을 흘린 자국들이 있었으며 페코가 방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쓰다듬으려고 손을 등에 갖다대는 순간 애가 휙 돌아보며 적대감을 표시했다(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금방 구분이 간다). 출근하면서도 그랬고 근무 중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얼른 집에 가 봐야지'하는 생각에 집에 오니 애가 말짱히 잘 돌아다니길래 안심했다.

그런데 일요일에 집을 나갔다가 밤에 들어왔는데 얘가 린 화장실에 머리를 처박고 뒤집혀 누워서 죽은 듯이 있는 게 아닌가. 난 정말 놀랐다. 무슨 큰일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서... 얼른 가 봤는데 아직 애가 정말 어떻게 된 건 아닌 듯 싶었다. 다만 동공이 다 열려서 그 커다란 눈이 전부 시커먼 먹물로 가득 차 있었고, 옆으로 누워서 허공에 발길질을 할 뿐이었다.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진 것 같아서 정말 걱정했다. 역시 그냥 잘 수밖에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애가 좀 기운이 없긴 해도 걸어다니길래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서 퇴근하고 병원에 데려가 보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를 보시더니 상태가 참 안 좋다고 하셨다. 잇몸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고, 귀를 뒤집어 보니 혈색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다가 몸 뒷쪽에는 비듬이 나 있는 걸 봐서는 영양 상태도 좋지 못하다고 하셨다. 일단 집에서 보인 증상의 원인이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상태이니 혈액검사부터 하자고 하셨다. 검사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지방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3일 정도 지나면 급격히 수치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잇몸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새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애가 잘 못 먹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도 캔 사료 잘 먹는다고 안심한 내가 참 한심했다. 비듬이 있는 것도 데려온 첫 날에 씻기고 나서 "아이 깨끗하네 우리 페코"하고 좋아했던 것도 너무 한심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수액을 맞히고 지금부터 간호를 잘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밤에는 잠을 푹 자야 하고 낮 동안은 집을 비우니 계속 지켜 보며 간병하는 것은 무리일 듯하여 하루 입원을 시켰다.

오늘 퇴근하고 병원에 가 보니 처음 데려온 날보다 더 기운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이미 그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는 거겠지... 나는 그것도 몰랐다. 아무튼 지금은 상태가 조금 좋아졌으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그러셨다. 수액을 맞느라 계속 주사바늘을 꽂고 있었기에 오른쪽 앞다리가 퉁퉁 부어 있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주사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팠던 것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야옹거리는 페코의 목소리가 너무 애처로웠다. 지금은 세상 모르고 이불 위에 드러누워 자고 있다. 알약도 가루약도 먹여야 하는데 입을 잘 벌리질 않는데다가 먹이기가 너무 힘들다.

앞으로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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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06/02/22 19:55 R X
...니 방은 무슨 고양이들의 무덤이냐 ㅡ_ㅡ;;
왜 데려오는 애들마다 빌빌대는거야...
bassist. 06/02/22 23:16 X
나도 참 가슴이 아프다 -_- ;
근데 내가 그런 게 아니야 oTL
시드 06/02/26 23:43 R X
헉 내가 괜히 가서 스트레스만주고 온거 아닌가 모르겠네
(.....)
bassist. 06/02/27 00:47 X
아니 뭐 별로 그런 건 아닌 듯 -.-
웬디 06/02/27 00:24 R X
헉 린하고 페코하고 괴롭히다가만 온듯 ㅠㅠ
bassist. 06/02/27 00:47 X
아냐 얘네들도 재밌었을 거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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