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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06/04/12 23:40
그간 기분이 안 좋고 힘들다는 것은 페코가 아파서 그랬습니다. 월요일에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애가 축 늘어져서 쓰러져 있더군요. 병원에 데려 가서 수액을 맞히고 했는데 그게 혼수상태라고 합니다. 사람은 혼수상태이면 쓰러져서 심장만 뛰고 있다 뿐이지 거의 죽은 거나 다름 없는데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움직이기는 하지만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된 행동을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월요일 밤에 입원을 시키고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어제였군요. 오전에 상태가 좀 좋아졌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은 안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퇴원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하여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다가 하루 더 입원 시키기로 하고 역시나 근심을 안고 동물 병원을 나섰습니다. 맥도날드로 갔죠. '당신네들은 뭐가 그리 좋습니까'하는 생각을 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전화가 와서 일어나보니 부재중 전화가 떠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이었던 것 같은데 출근길에 또 전화가 왔더군요. 상태가 많이 안 좋다고.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나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회사는 가야 하고...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감에 회사에 있었더니 점심 시간에 전화가 한 번 더 왔습니다. 역시 상태가 안 좋다고. 그래서 전날에도 거론된 큰 병원으로의 이동을 생각해 봤는데 거기에 가 봤자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을 뿐이고 차도는 없을 거라고. 그리고 검사를 하게 되면 피를 뽑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비겁한 변명일 뿐이지만 근무 중인데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냥 알겠다고 하고 퇴근 후에 들르겠다고 했죠. 회사에서 나와서 밥을 먹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다고. 그래서 1시간 내로 간다고 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미 숨이 멎어 있더군요. 눈도 채 감지 못하고 빈혈과 황달 때문에 따뜻한 분홍빛이 돌던 발바닥은 피가 완전히 빠져서 누럴 뿐이고... 아직 채 온기가 남아 있다는 것이 더욱 슬펐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30분 전에 숨을 거뒀다는군요. 간이 안 좋았고 영양 상태가 불균형한데다(이건 전적으로 제 책임이죠) 체중이 계속 빠지고 있었고 적혈구 수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데다가 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신장은 괜찮았다고 하네요) 당뇨 수치도 꽤나 높았고... 어제 고양이 에이즈(사람에겐 무해합니다)와 고양이 백혈병 검사를 해 봤는데 둘 다 음성으로 나오길래 일단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양성 반응이 나오면 100% 감염이고 음성이면 알 수 없다는 그런 수준의 테스트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여러 가지로 상태가 안 좋던 페코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환경이 변한데다가 다른 고양이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다 제가 잘못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롭네요. 병원을 나와 그 동안 제가 문을 닫고 나갔을 때 야옹거리던 페코의 목소리와 들어왔을 때 부비작대던 걸 생각하니 왈칵 울음이 쏟아지면서 욕지거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분노의 대상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허무함을 느끼고 다시 침묵...



미안해 얘들아, 못난 나는 너희들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구나.
이제 둘이서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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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ya 06/04/13 00:25 R X
......
뭐라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
서울에라도 있으면 소주 한잔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위로라도 해주겠지만..
멀리 있으니 마음으로 밖에 위로해줄 수가 없구나..
힘내고.. 또 힘내거라...

bassist. 06/04/17 01:29 X
참 나도 뭐라 할 말이 없더라.
뭐 내 성격상 굳이 술을 먹어야 하진 않지만 위로는 고맙구나.
그나저나 서울은 언제 또 오니 [...]
ikje 06/04/13 00:34 R X
불러낸게 왠지 미안하구나...
힘내라 정희동-ㅁ-!
bassist. 06/04/17 01:30 X
요즘같은 시대는 불러준 것만 해도 고맙습니다 하고 절 해야 할 판인데 뭐 -_- ;
미안해할 건 없지.
격려 고맙고...
ViaLactea 06/04/13 00:37 R X
욕심쟁이들이 자꾸 형 맘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네요..
한번도 못 본 녀석들이지만,
녀석들 눈물 한방울씩은 제 맘에도 들어온거 같아요.
힘내세요.
녀석들을 위해서, 건배.
bassist. 06/04/17 01:30 X
어쩐지 요즘 살이 좀 찐 것 같더라니만 그런 이유였...

건배 !
정길 06/04/13 01:35 R X
슬퍼는 하되 지나친 자책은 하지 말아.
페코가 널 원망하면서 떠나진 않았을 테니까,
방법이 잘못된 사랑은 위험할 수 있을테지만
넌 그런건 아니었잖아.

떠난 존재가 살아있는 존재에 대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떠나는 발걸음도 가벼워 지지 않겠니?

힘내자.
bassist. 06/04/17 01:32 X
못 해 준 게 생각날 때마다 왜 잘 해주지 못했는지 자꾸 미련이 남네요.
혹시 모릅니다 '이 색기가 날 이상한데 가둬 놓고 어디로 가버렸네'하고 원망했을지도 [...]
힘내야죠 잇힝
시드 06/04/13 01:56 R X
내가 문장력이 없어서 그런지
뭐라 말을 고르고 골라봐도
힘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네;;

에에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자책하는건 자기반성이 아니라
그냥 좌절감만 더 키우는것 같아
그러니까 힘내
bassist. 06/04/17 01:34 X
응 그래 고맙다.
너도 힘내서 열심히 살자
...
웬디 06/04/13 02:26 R X
오빠......
힘내세요...!

bassist. 06/04/17 01:34 X
응 그래 ㅜㅜ
飛烏 06/04/13 09:57 R X
정말 불러낸게 미안해지는군..
힘내라는 이야기야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지만..
둘이 하늘에서 잘 놀고 있을꺼야. 너무 상심하지마.
bassist. 06/04/17 01:35 X
위에서 말했지만 별로 미안해 할 거 없고 -_- ;
하늘에서 잘 뒹굴고 놀고 있으면 좋겠군...
슈레인 06/04/13 13:24 R X
힘내세요.
bassist. 06/04/17 01:36 X
응 그래 고맙다
Pvt. Digitz 06/04/13 14:32 R X
힘내..!
bassist. 06/04/17 01:36 X
네 감사합니다
유키 06/04/13 14:39 R X
힘내세요오..
bassist. 06/04/17 01:36 X
너도 힘내서 연말까지 꼭 성공하자 [...]
Na:Da 06/04/13 16:19 R X
아아...

편안히 있길..
bassist. 06/04/17 01:37 X
Rest in peace
...oTL
smallpotato 06/04/14 04:03 R X
결국 저 사진이 영정이 되고 말았구나.
두 녀석 어딘지 모르지만 편히 있길 바랄뿐이다.
bassist. 06/04/17 01:37 X
영정 사진 -_- ;;; 윗쪽에 띠라도 걸어야 하나 [...]
그러게 말이다. 편히 있길 바랄 뿐...
withonion 06/04/17 03:48 R X
정든만큼 아픔이 클 것 같다..
나도 내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힘내야해
bassist. 06/04/17 23:17 X
너도 그런 적이 있었나 보구나.
힘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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