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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기 | 07/01/17 12:21
토요일 11시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기 택배 왔는데요, 오늘 출근 안 하셨습니까 ?"라는 것이었다. 출근 안 했다고 그러고 끊었는데, 끊고 나서야 언제 갖다 줍니까 하고 물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에 갖다 주겠지 싶은 생각과 함께 다시 쓰러져서 잤다.

월요일이 되었다. 오후 내내 아무런 연락도 없길래 6시쯤 전화를 해 보니 깜빡 잊고 차에 안 싣지 않은 것 같다고 그랬다. 그래서 좀 아깝긴 했지만 내일 갖다달라고 했다.

화요일 오전에 전화가 왔다. 웬 전표가 붙어 있는 택배 상자가 방에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사람이 토요일 오전에 택배를 받은 관리인 아저씨인가 싶어서 아 예 그럼 오후에 좀 갖다 주세요라고 했다. 근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기는 택배 상자를 길에서 주웠다고 하는 것이었다. 뭐라고 ? 그럼 택배 기사가 물건 흘려 놓고 지금 다른 사람이 주워서 전표에 쓰여진 번호로 나한테 전화를 했다는 건가 ?

오후가 되어서 그 사람이 회사 앞까지 찾아왔다. 자기는 근처 야식집에서 배달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월요일 저녁에 이걸 주웠다고 그러는 것이었다. 참 고마웠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이었고 줍고서도 모른 척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결국 무사히 내 손에 물건이 들어왔다는 게 참 신기했다. 사실 아직 램을 컴퓨터에 꼽아보진 못해서 물건에 이상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 상황에서 나는 대한통운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까 ? 사실 내가 물건을 수령했다는 사인을 한 전표 따위는 대한통운에 없기 때문에 '물건 못 받았소'라고 잡아떼기만 하면 전적으로 대한통운의 과실이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 월요일에 가져다 주지 않은 책임으로 전화비 정도는 청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별로 위와 같이 굴기는 싫다. 만약 내가 위와 같이 물건 못 받았다고 굴었다고 했을 때, 택배 기사와 그 배달부 아저씨가 짜고 -_- 가게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위와 같은 행각을 저질렀다고 실토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 '물건을 못 받았다'라는 나의 말은 거짓일까 ? 그렇다고 했을 때 택배 기사와 배달부는 과실이 없는 것일까 ?

아 복잡하다. 사실 택배 기사가 물건 흘려서 물건 못 받을 뻔 했다는 건 상당히 기분나쁜 일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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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석 07/01/17 13:09 R X
그냥 대한 통운에 전화해서 "택배 기사가 물건 흘려서 물건 못 받을 뻔 했다"고 따지면 될 것 같은데요. :)
bassist. 07/01/18 01:02 X
네 사실 그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쪽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 줄 수 있느냐를 물어보는 것도...
rein 07/01/17 13:28 R X
통화 내용은 꼭 녹음하도록(...)
bassist. 07/01/18 01:03 X
만약에 통화를 한다면 뭐 [...]
근데 뭐 그 쪽에서 ㅈㄹ할 것 같지는 않고 ;
김정훈 07/01/17 16:50 R X
난 옛날에 '공부 잘할 것 처럼 보이는 안경' 배달시켰는데 하필 밖에 나갔을 때 전화왔길래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한 적 있는데. ㅎㅎㅎ 어쨌거나 저건 무조건 택배회사 잘못이지. 받았다는 사인도 없잖아. 따지려면 따질 수도 있는 사안이겠네.
bassist. 07/01/18 01:03 X
그렇긴 하죠 -.-a
Rica 07/01/17 19:08 R X
전화해서 못 받았다고 막 따진다. 심심할 때마다 전화해서 스트레스를 푼다. 3일쯤 지나서, 기사가 충분히 엿을 먹었을 시점이라 판단되면, 길거리에서 누가 주워서 갖다줬다고 전화한다.

...라면 ㅇ떨까
bassist. 07/01/18 01:03 X
그건 너무 좀 비인간적인 처사 [...]
누리군 07/01/17 23:47 R X
따지려면 따질 수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다만 증거가 없어서 보상은 좀 힘들지 않겠나 하다만...;; 직접 수령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ㅅ-;
bassist. 07/01/18 01:03 X
증거가 없다는 건 무슨 ? 내가 못 받았다고 따지고 '받은 사인한 적 없다'라고만 하면 끝나는 문제지.
Na:Da 07/01/18 00:10 R X
기분나쁜거는 사실이지만 이거저거 따진다면 형의 '대인배' 목표는 사라지는거니까 그냥 '사람이니까 실수 할 수도 있지'라는 거로 넘어가줘 :D

bassist. 07/01/18 01:05 X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따질 때는 따지는 거고... 좋은 게 좋은 거, 혹은 사람이니까... 등등의 이유로 어물쩡 넘어가는 건 내 기준에서는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야.
누리군 07/01/18 16:19 R X
음....;;; 글쿤 -_-;
bassist. 07/01/22 14:36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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