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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
일기 | 08/12/22 02:46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베이스든 기타든 열심히 쳤던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못치는 게 싫어서'였던 것 같다. 고1 때부터 계속 베이스를 쳐 왔던 나로서는 같은 밴드 내에서는 나 때문에 합주에 차질이 생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연습을 했고, 행여나 다른 팀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된다면 다른 팀의 베이시스트보다 더 잘 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재수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나보다 썩 잘 치는 사람들을 그다지 보지 못했고 그 때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으며 한편으로는 우월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 건가? 내가 뭐 잘났다고?'라는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으며, 역시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열등감을 느끼고 싶지 않고 남들 위에 있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 때문인가 하는 죄의식 비슷한 기분이 검은 덩어리를 이루며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불쾌한 느낌을 같이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다른 팀이 잘하는 걸 참 오랜만에 봤다고 해야 되나 처음 봤다고 해야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나쁘지 않았고 참 즐거웠으며 순수하게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몹쓸 놈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_- ;

그래 연습은 적당히 하고 이제 잘 시간이지... 요즘 하루하루가 정말 충실하게 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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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 08/12/22 04:02 R X
나는 그런 욕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 없다(두둥)!!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는 인생 자체가 정말 나이브하다는 생각을 바로 조금 전까지 하고 있었다. 도무지 승부욕따윈 없으며 근성은 최후의 순간에서야 발휘된다. 너와 나는 정의로운 마음을 빼면 정반대의 인간이로군!!(뭔 개소리래-_-;)
bassist. 08/12/23 02:05 X
ㅋㅋㅋ 정의로운 마음
근데 사실 나도 너랑 크게 다르지 않은 듯...;
Ntopia 08/12/22 04:39 R X
이런 야심한 새벽에 블로그를 쭉 돌아보면서

왠지 모르게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아는 사람중에서 기타를 즐기면서 컴퓨터 현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 형 밖에 없어서 그런가봐요

[...]

그리고 나쁜마음이 많이 사라지게 된건 아무래도 베이스 대신 기타를 쳐서 그런게 아닐까요-_-;;;
Ntopia 08/12/22 04:39 X
아 그리고 에피폰 정말 쳐보고 싶네요 -_-;
Ntopia 08/12/22 04:40 X
언제한번 방으로 놀러갈게요 굽신굽신
Dish 08/12/22 13:11 X
지금 김문연 무시하나여?
rakhazel 08/12/22 15:33 X
나를 알게되면 저 자의 마음이 바뀔것이라네
bassist. 08/12/23 02:07 X
Ntopia // 난 찌질이야 안 돼!
...글쎄다 '기타치면서 컴퓨터 현업 종사'는 맞는 말이다만 내가 기타를 치는 만큼 컴퓨터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나도 좀 걱정이긴 하다.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_=
베이스 대신 기타 친다고 저랬던 마음이 확 바뀌는 건 아닐텐데 으음... 사실 난 별로 안 나쁜 놈이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번 합주 때 레스폴 들고 가도록 하지 ㅋ

Dish // 문연이가 기타 치는 걸 봤을 때 나는 베이스를 치고 있었고 최근에는 본 적이 없어서... (예삼방에서 본 적은 있지만 기억이 잘 -_-)

rakhazel // 내 마음이 바뀐다 그말인가?
...
rakhazel 08/12/22 09:29 R X
;ㅁ; 전 어딜가도 저보다 잘치는 사람들만 있어서... ;ㅁ;
bassist. 08/12/23 02:08 X
ㅋㅋㅋ 요샌 나도 그래 oTL
가희님 08/12/22 15:19 R X
조금 덜 몹쓸 놈^^
bassist. 08/12/23 02:08 X
저는 근본이 없는 놈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굽신굽신...
허한누리 08/12/23 17:54 R X
승부욕이 있으니까 그래도 발전하는거겠지... :)

좋은거야 ㅋㅋ; 굳이 나쁘게 생각할 필요 있는가 뭐 ㅎㅎ; 다른 사람들도 속으로는 다 그럴지도 모르는데 뭐.. ^^
bassist. 08/12/24 12:01 X
저게 승부욕인지 그냥 꿇리기 싫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거면 남들이 다 그런다한들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Mysin 08/12/30 17:23 R X
뭐랄까, 정말 열심히 하던 그때는 저도
좀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같은 또래들보단 적어도 1,2년은
더 친것도 있고 해서.
'그래 니가 짱 먹어' 라는 소리 듣질 못하면
기타를 손에 들지 않겠다! 했었는데,

뭐 저야 이제는, 장식품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는
주제이기에 좀 부끄럽긴 하네요.

손을 다쳐서 더 이상 기타를 치는것이
전같지 않게 되었어, 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동안 갖고 있던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은듯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도 역시나,
열정을 갖고 열심히 가슴을 불태우던
그때는 참 좋은 시절이었어요.

만약 누군가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사실은 핑계뿐인 손을 제쳐두고서라도
다시 한번 열심히 즐겨보고 싶어요.

어쩐지 지금은 바라보는 눈은 뜨겁지만,
끌어안을 가슴이 너무나도 차갑네요.
bassist. 08/12/31 17:02 X
네 사실 저도 그런 이유가 좀 있었어요. 제가 베이스를 처음 치기 시작한 게 고등학교 1학년, 그것도 4월이었거든요. 거의 입학하자마자 바로였고... 주변에서 저보다 더 빨리 친 사람들을 별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못치면 쪽팔리기도 하고 그래서 -_- ;

저도 웬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그러든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듯하여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베이스를 2년 정도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봤자 최근에 치는 건 기타지만요 ㅋㅋ

그나저나 손을 다치셨다니 그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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