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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3, 20090614
일기 | 09/06/15 02:30
토요일

토요일엔 오후 4시까지 자는 게 습관이었는데 오랜만에 토요일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레드핫 덕후들끼리 모여서 만들어진 밴드의 첫 합주가 있는 날이라서... 일어나서 시리얼 좀 먹고 기타 좀 치다가 앰프에 연결해서 이펙터를 써 봤는데 이게 무슨 트레몰로나 딜레이 시간같은 걸 잴 필요도 없고 그냥 드라이브 걸고 디스토션 먹이는 거라서 가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짐을 싸서 집을 나섰다. 집에서 필요 이상으로 일찍 나왔다 싶었는데 이게 웬걸 역까지 가는 버스가 너무 안 와서 거기서 25분을 날렸다. 항상 맞은 편에서 버스를 탔는데 역시 안하던 짓을 하면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일찍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긴 했다. 안 늦었으면 굉장히 일찍 도착했을 것 같다.

학교 근처에 있는 실용음악학원의 합주실이었는데 새로 만들어서 그런지 시설 자체는 깨끗했다. 하지만 방이 너무 좁고 앰프 출력이 좀 작았으며 가격도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가깝고 새 장비들이라는 점만 빼면 크게 좋지는 않은 곳. 게다가 녹음실? 같은 곳 문에 '음료 반입시 서울대학교 학생과 30초 동안 춤추기'같은 쪽지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완전 상심했다
...

그건 그렇고, 합주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빠돌이들끼리 연주하니 이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원래 합주하기로 한 노래는 두 곡이었는데 어째 다들 다른 노래를 칠 수도 있고 완전 웃겼음. 그리고 성원이 녀석이 노래 몇 번 들어본 걸 가지고 그냥 다 따라치던데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나야 감자는 좋아하는 노래 따라치면서 노래를 외웠다고 쳐도 이건 정말... 게다가 드럼 세트에 앉아서 제대로 쳐 본 게 오늘이 처음이라는데! 이게 무슨 소리야 으헣헣
...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근처 허수아비 돈가스 전문점에 갔는데 간판에는 허수아비라고 적혀 있었지만 왠지 체인 계약이 끝나고 간판을 바꾸지 않고 주인마저 바뀐 그런 가게의 포스가 느껴졌다. 맛도 예전의 그 맛이 아니라서 꽤 실망하면서 우리는 2차로 양꼬치를 먹으러 갔다. 여기서 진짜 배터지도록 양꼬치와 맥주와 탕수육과 호남닭고기(라조기 비슷한)를 먹었다.


일요일

매주 일요일엔 오전 10시에 합주가 있다. 집에서 8시에 일어나서 용인에서 올라오시는 분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내가 웬만해선 얻어타는 차에서 잘 안 잤지만 토요일 오후까지 늘어지게 자질 못해서 피로가 덜 풀렸는지 졸음이 몰려와서 졸 수밖에 없었다.

합주 내내 서 있었는데 아 역시 무릎에 무리가 간다. 이거 대체 언제 나으려나... 바닥에 무릎 찍은 게 4월 말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으면 정말 난감하다. 요즘 들어서 몸 한 번 다치면 쉽게 안 낫는 걸 느끼고 있는데 정말 나이가 들었나 싶다. 다들 몸 조심하시길.

그건 그렇고 합주는 음... 언제나 그렇듯 개인 연습이 문제지. 아 그 놈의 트립틱... 오늘도 고수님의 드러밍을 보며 많은 걸 느꼈던 보람찬 시간이었다.

같이 놀자는 걸 뿌리치고 집에 와서 RSS 리더 좀 보다가 피곤해서 결국 4시부터 8시까지 세상 모르고 낮잠을 자버렸다. 그래 주 중에 한 번은 이렇게 일어날 걱정 안 하고 늘어지게 잘 기회가 있어야지 엉엉 매일 일어날 시간 신경쓰면서 잠들고 알람 소리에 그다지 상쾌하지 못하게 깨면 너무 괴롭잖아.

그런데 사실 일찍 자면 해결될 문제다.
근데 난 이미 글렀어
게다가 낮잠도 퍼질러 잤으니 내일 아침도 개운하지만은 않겠지
으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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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iea 09/06/15 09:25 R X
난 더쿠 아님
아 드러운 더쿠냄새
bassist. 09/06/20 20:50 X
얼른 더쿠가 되도록 하거라
Ntopia 09/06/15 18:08 R X
진짜 재밌었어요 ㅋㅋ
bassist. 09/06/20 20:50 X
앞으로 계속 재밌어야지 ㅋㅋ
로이 09/06/15 21:57 R X
나중에 한번 구경가야지~
bassist. 09/06/20 20:50 X
돈 내고 봐라
...
AKI 09/06/17 01:25 R X
흑흑 나도 더쿠더쿠 밴드 하고싶다
bassist. 09/06/20 20:50 X
이미 하고 계시면서 무슨 말씀을
Dep 09/06/18 00:09 R X
나도 레드핫 더쿠인데...
(내가 너한테 칼리포니카이숀 빌려주지 않았었나?아, 니가 그냥 샀나...10년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나도 끼워줘. 포지션은 양말.
bassist. 09/06/20 20:51 X
그 앨범은 내가 그냥 샀을 걸 너한테 최초로 빌린 게 oasis 2집... 정말 10년 전 일이군 -_- ;
Dep 09/06/21 09:12 X
메를 키드Metal Kid였던 네놈이 브릿팝 같은 말랑말랑한 걸 좋아할 줄은 정말 몰랐지. 플레이밍 립스 아니면 제프 버클리 같은 쪽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흑흑흑(왜 우는 거지;;)
bassist. 09/06/23 00:41 X
플레이밍 립스는 네가 빌려 준 앨범들 들어봤지만 멜로디가 그다지 끌리질 않았던 것 같음... 제프 버클리는 들어본 적이 없군 =_=
Dep 09/06/23 02:43 X
플레이밍 립스의 유려하면서도 통통 튀는 멜로디 전개가 마음에 안 들다니T_T 취향 차이지 뭐. 그리고 넌 제프 버클리 들어본 적 있다. 내가 라이브 앨범 구웠던 거 들려줬는데 니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했던 기억이 나거든ㅋ
bassist. 09/07/02 02:24 X
그러게 그랬던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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