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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1
일기 | 10/07/12 00:14
오늘도 찾아 왔구나.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모든 게 귀찮게만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이. 읽던 책을 덮고 창밖을 보았지만 별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싶어서 읽고 있었던 게 아니라 수업 교재였기 때문이고 아직 시험은 2주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동안 습하고 많이 더웠지만 창밖의 파란 하늘은 가을이 온 것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후 6시경의 드러누운 햇빛 또한 한몫했다. 이 도로 위에서 남산 타워가 보이다니 오늘은 공기도 꽤 좋은 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정거장은 평화방송, 백병원입니다. 내가 내릴 곳은 중앙 극장이니까 다음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왼쪽 창밖으로 명동 성당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니 여기 정거장 이름이 바뀌었나? 그럼 난 다음에 내려야 하나 다다음에 내려야 하나? 결국 YMCA 호텔 앞에서 내려 종각역으로 들어가 을지로입구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광교 아래로 보이는 청계천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래 일요일 저녁 마실이라 이거지.

공연 시작 시간은 7시였는데 홍대입구역 출구로 나온 시간은 7시 10분이었다. 원래 생각대로라면 책을 사서 좀 여유롭게 갈 예정이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헐레벌떡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오프닝 게스트로 언젠가 이발관의 무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작곡은 여전히 멋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 밴드를 같이 하고 있는 모습들이 부럽다고 옆에 있던 S가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했다. 이제 단순한 카피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느낌을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이 참 굉장했다.


가장 보통의 밴드는 리더인 이채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드레스 차림이었다. 드레스 코드를 맞춘다는 이야기가 저거였구나. 밴드원들이 여자가 많은 모습은 사실 잘 볼 수 없는데 꽤 괜찮았다. 이채형은 왜 드레스 안 입었냐고 딴죽을 걸고 싶었지만 사실 그건 별로 보고 싶지 않겠구나 싶었다.

'가장 보통의 밴드'는 '가장 보통의 존재'를 시작으로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전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일렉 기타가 없는 밴드지만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로 소리를 메우며 때로는 쉐이커와 멜로디언, 탬버린으로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아 여기도 장난 아니구나. 이채형 모자도 장난 아니었고(아니 어울렸어 사실) 나를 잊었나요 후반의 베이스도 장난 아니었다.

공연 중에는 별 다른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기분이 좋았다. 사실 그냥 공연장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공간을 가득 메운 소리라는 건 정말 굉장하다. 그게 내가 낸 소리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끝나고 문을 닫지 않았을까 서점으로 헐레벌떡 뛰어가 아사노 이니오 작품 정발된 걸 다 샀다. 현금은 20%, 카드는 15%, yes24에선 기한 지난 책은 25%. 앞으론 따져보고 사야지. 지하철과 달리는 광역 버스 안에서 '빛의 거리'를 모두 읽고 더부룩한 속을 부여잡으며 정류장에서 내려 10분 정도 시내버스를 기다려서 탔다. 타고 보니 집 근처까지 가는 광역 버스였는데 뭐하러 일찍 내려서 이러고 있나, 습관이란 건 참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로케와 치즈 케익, 우유를 사서 집에서 먹었다. 고로케는 아침에 만들었는지 속도 빵도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서 먹기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빵들은 순식간에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식빵 다섯 개 먹고 배가 부를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착 가라앉았던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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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I 10/07/13 08:52 R X
깜빡 자다가 저걸 못보러 갔는데 어떻게 하누...
이채가 화내겠네 ㅜㅜ
bassist. 10/07/15 13:25 X
앞으로 있을 합주/공연 준비 열심히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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