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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10/12/04 00:50
사람을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을.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과 내가 처한 외부 환경은 한 교차로에 서 있던 그 때와는 달리 각자의 위치를 지나고 있지만 어디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는가. 간만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술을 한껏 마셨다. 앉아 있던 시간 동안 비가 내려 땅이 흥건히 젖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눈앞엔 온통 안개뿐이라 그만해 그만해 이 자식아 라고 외치던 그 소리까지도 기분이 좋았다.

새를 보았다. 하늘에 멈춰 있는 새를. 그 새는 가끔씩 날개짓을 하면서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순간적으로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벌레가 떠올랐지만 그런 처절함은 아니었다. 왜나하면 그 날개짓은 너무나 우아했으니까. 펄럭, 펄럭. 바람을 타며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날개짓을 한참 멈추더니 밑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의 날개짓으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신호를 기다리는 버스, 귓가에 들리던 음악과 창밖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 모두가 그 시간과 함께 정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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