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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일기 |
10/12/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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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다. 내가 집을 비우고 밥이 떨어진 채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고양이들이 내 방에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놈들의 수법은 매우 기상천외하다. 학교에서 밤을 새고 시험을 보고 돌아온 이틀 전 방의 꼴은 참 가관이었다. 책장 위에 있던 스캐너는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못 쓸 듯하니 그냥 버려야겠다 싶다. 그 여파로 책상 위의 있던 화장품 몇 개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모니터 또한 키보드 위에 엎어져 있었다. 모니터를 세우고 지지대에 다시 끼우면서 알았지만 경첩 한쪽이 부서져 있었다. 모니터 위에 있었던 캠은 말할 것도 없이 떨어져 있었다. 빨래 건조대에 딱 하나 개지 않았던 후드 티는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거기엔 고양이 털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한 번도 입지 못하고 새로 세탁을 해야겠구나. 어제는 방에 돌아와 조금 어질러져 있는 꼴을 치우면서 방을 쓸었는데, 책상 밑에 흥건한 액체 위로 털이 뭉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쿠크가 거기에 오줌을 싼 모양이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통에 그 위로 빗자루질을 해서 그런 꼴이 된 것 같았다. 결국 걸레를 빨아 몇 번이고 거기를 닦았고 나중엔 페브리즈도 뿌렸다. 오줌 범벅이 된 빗자루는 틈마다 고양이 털로 꽉 차 있었고 오래도 썼다 싶어 그냥 버리고 빗자루를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먹는 술을 마시고 온몸이 지끈거리는 상태로 집에 들어와도, 밤을 새고 죽을 것처럼 집에 들어와도 니들은 다시금 내게 청소를 하게 만들었다.
오늘 새 빗자루를 사 왔다. 어제보다는 방 꼴이 그래도 좀 낫다. 사탕 봉지에서 사탕을 다 쏟아 방에 뿌려 놓지도 않았고 냉장고 위에 있던 물통 몇 개만 좀 떨어져 있었으니까. 까만 놈 머리에 손을 얹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나갔다 들어오면 반가우니까 바로 앵기면서 비비적거리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니들이 어질러 놓은 꼬라지를 보면 내가 순수하게 니네를 이뻐해주기만은 힘들구나." 눈치를 보던 작은 놈까지 와서 애옹거린다. 두 놈의 머리에 똑같이 손을 얹고 다시 이야기를 해 준다.
방을 쓸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상 밑에서 어제와 같은 꼴을 또 봤다. 이미 빗자루엔 또 오줌이 묻은 상태다. 순간적으로 머리끝까지 짜증이 확 솟아오른다. 방바닥에 오줌이 묻지 않도록 빗자루를 뒤집어 놓고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며 쌍욕을 하기 시작한다. 목 뒷덜미를 잡아 채고 현장에 들이밀며 큰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를 때리고 코 끝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마구 열을 냈다. 어쨌거나 저걸 그냥 둘 순 없으니 또 걸레를 빨아서 닦고 오늘은 빗자루를 씻었다. 작은 놈이 화장실을 못 쓰게 까만 놈이 해꼬지를 하나 싶어서 옛날 화장실에 모래를 채워 책상 밑에 둔 상태다. 내가 있을 땐 화장실도 안 쓰더니 내가 고작 6시간 방을 비웠다고 이러는 것은 아무래도 그쪽으로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방은 니들 둘이 살기엔 너무 좁나보다. 섣불리 결정을 내릴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렇다면 나는 너희들 둘을 떼어놓을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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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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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 10/12/12 19:40 R X
캐..캠이라니...! 정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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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 10/12/12 19:42 R X
헐 저 냐롱이한테 정얘쁜 이야기 하니까 냐롱이가 스누씨의 성지(http://www.snucse.org/39759)를 보여줘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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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12/14 02:09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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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박냐롱 이 녀석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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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h 10/12/13 09:10 R X
쿠크랑 양갱은 정말 사이가 안 좋지... 어릴 때부터 붙어 산 것 치고는 말야. 근데 계속 붙어 살던 애들이라 떨어뜨려 키우기도 만만찮을걸. 너랑 있을 땐 괜찮겠지만 집을 비웠을 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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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12/14 02:09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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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우면 혼자 심심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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