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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일기 | 11/11/18 14:59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었다.
링크

해당 내용 중에 경향 신문 기사가 있었는데, 내용인즉슨 '대학교 신입생을 뽑기 위한 논술의 주제가 너무 어렵다'라는 것.
신문 기사


여름에 예술과 사회 수업에서 아도르노가 언급되면서 '계몽의 변증법에 이러이러한 내용이 나온다'라는 것을 다룬 적이 있었다. 스무 명 남짓한 수강생들이 듣는 수업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세 번째 시간쯤 되니 다들 자리가 어느 정도 고정이 되었다. 그 중에 맨 앞에 앉은 학생 하나는 신입생이었다. 11학번. 그 학생이 선생님께 질문을 했는데 선생님은 11학번이 아도르노를 알고 있다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셨는지 역으로 계몽의 변증법같은 책을 읽은 거예요? 라고 물어보셨다.

"논술 준비하면서 지문에서 잠깐 봤어요."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와 그렇구나'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논술 수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형태로서의 어떤 '답안',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열심히 받아들인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하나 보기도 힘들고 학자에 대한 연구도 수십 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마당인데 어떤 조각글 하나를 제시해 주고 거기서 도출할수 있는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논술'이라는 취지와 매우 벗어난 게 아닌가.

이틀 전에 화양연화를 봤을 때도 그랬다. 영화가 끝나고 미학과 강사님과 이야기 할 시간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누군가 물었던 질문.

"그래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가요?"

그런 게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 굳이 그런 게 있다한들 꼭 뒤에 있는 답지 펼쳐보듯이 확인할 필요도 없을텐데... 시네마테크 및 시사회에서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항상 나오는 이야기들이 그런 것이다. 누군가는 영화를 감독의 한마디로 정의하길 원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읽은 것을 확인받으려 한다. 그거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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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 11/11/19 18:44 R X
모과이 인터뷰가 생각나는군. "모과이의 음악에서는 도시가 어쩌고 사운드스케이프가 어쩌고..." / "그런 거 없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조선 땅에는 똑똑한 새끼들이 너무 많아
음악 전문가, 역사 전문가, 축구 전문가, 영화 전문가, 정치 전문가, 전문가 전문가..... 온 국민이 전문가여 ㅋㅋㅋ
bassist. 11/11/27 14:09 X
전문가가 하나도 없어서 그런 듯 ㅋㅋㅋㅋㅋ
won 11/11/20 02:18 R X
주제를 캐보는 것 또한 작품을 받아들이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능 치르듯이 모범답안을 요구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함. 보통 요구자에게 나름 자신의 생각을 내놓았을 때 그 답변이 기대한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이후엔 의문을 넘어 작품 자체가 매도되더라. (독자)효용론이란 말도 있고.
bassist. 11/11/27 14:10 X
그러한 태도를 은연 중에 교육이 주입시키는 것 같음 그게 맘에 안 들어서 쓴 글이었지...
won 11/11/20 02:21 R X
근데 난 논술세대도 아니고 그들과 공감한 적도 없어서 논술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거 하면 다들 나보다 말 잘할 것 같다?
bassist. 11/11/27 14:10 X
말은 형식에 맞게 잘 할지 모르겠으나 생각은 없어보이는 경우가 많음... -_- ;
nowing 11/11/21 03:40 R X
물론 영화정도의 투자를 한 결과물이라면 어느정도 의도가 필요하지.
근데 모든 의도를 몇 단어의 말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면 영화가 필요없지 않을까 싶네.
bassist. 11/11/27 14:11 X
의도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하면 맞을 확률이 좀 높긴 하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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