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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wai 내한 20111130
일기 | 11/12/01 14:17

모과이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오프닝은 비둘기우유.

7시 5분쯤에 비둘기우유가 시작했다. mosquito incognito 듣고 싶었는데 안 해 줬다. 하이 영역대의 소리가 엄청나게 크고 다른 소리들이 또렷하게 잘 안 들려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슈게이징 하면서 노이즈를 특색으로 하는 밴드를 이 정도 규모의 사운드 장비를 가지고 공연하는 건 또 처음 봄. 그런데 베이스 치던 사람은 왜 물통을 집어던지고 앰프 앞에 있던 기재를 발로 차고 그랬을까... 여하간에 그냥 소리가 다 뭉개져서 뭐가 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비둘기우유가 끝나고 30분 정도 엔지니어들이 세팅을 하면서 이런저런 소리를 간단하게 냈다. 그리고 소박하게 등장한 그들은 최신 앨범의 첫 번째 트랙, White Noise를 시작했는데... 싸운드는 전혀 소박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수퍼컬러수퍼 안내 페이지에 이미 경고되었던 바와 같이 시종일관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진행되었다.

내 옆에 힙스터같은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자신이 원조 슈게이저인양 고개를 떨구고 머리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던 사람이었는데 사람들이 곡 중간 중간에 환호하는 게 영 마뜩잖았는지 싫어하는 눈치였다. 아니 그렇게 듣고 싶으면 집에 가서 헤드폰 쓰고 그러란 말이요 여기는 공연장인데. 그럼 스튜어트 아저씨가 점프하면서 기타치는 건 뭘로 설명할 건지. "이 양반아 슈게이저는 그렇게 연주하면 안 돼!" 하면서 훈장질 할 생각인가? 내 생각에 관중들이 How To Be A Werewolf 같은 거 들으면서 슬램하면 그 아저씨들도 좋아할 거라고.

노래 중간중간과 곡 끝날 때마다 이 사람들이 계속 술을 마시는데 가장 놀랐던 건 와인잔에 뭔가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는데 잘 보니 초록색 소주병... 누군가 '코리언 보드카'라고 농담을 하면서 한 박스 사 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내 앞에 있던 사람도 뭔가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데 잘 보니 팩소주... 와 팩소주는 등산객만 마시는 건 줄 알았는데 이런데서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고 위스키 향기도 주변에서 조금씩 났다. 문제는 누군가 담배를 피워서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아 진짜 좀 싫었다.

모과이가 스크린을 준비해 오긴 했는데 최근 앨범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영상을 좀 틀었다. How To Be A Werewolf는 뮤직비디오가 있는데 그걸 틀어줬고 나머지는 무슨 CG같은 걸 틀어줬는데 으음... 소리는 처음엔 원래 이런가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공연장의 문제인 듯, 하이 영역이 너무 쏴대면서 뭉개져서 소리가 잘 안 들렸다. 원래 그런 거라면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공연장 차원에서 그 영역대의 음이 반사되는 걸 못 잡고 있는 게 분명함. 혹시 AX홀에서 다른 공연보신 분 계시면 어땠는지 감상 좀 부탁.

어쨌거나 - 드디어 공연/음악 얘길 좀 해보자면 - 모과이는 대단한 밴드임이 틀림없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우주를 상상하든 집 앞의 텃밧을 떠올리든 그건 감상자의 자유고 스튜어트가 들썩들썩하면서 기타 연주하는 건 그냥 그게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억지로 발 쳐다보면서 재는 척하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이 맘에 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그 외의 군더더기들을 잘 제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나 존이 드럼 앞에 서서 스틱 가지고 심벌 두드리며 마틴이랑 같이 드럼 치고 있는 걸 보니 그냥 감탄만 나왔다. 진짜 별 거 아닌데. 위에서 소리가 어쩌구 저쩌구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노래를 다 알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냥 소리를 촉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게 굉장한 경험이었다.

끝나고 페달보드를 살펴봤는데 무슨 보드를 두 개를 이어붙인데다가 트윈 페달 보드(라인식스 제품으로 추정됨)가 네 개 붙어있고 디지털 리버브가 두 개 붙어 있고... 스튜어트 아저씨는 보스 페달을 좋아하는 모양. 트레몰로라든지 딜레이 등등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과장없이 그 보드만 천만원은 되겠더라.

마지막에 스튜어트가 see you soon 이랬는데 또 한국 올 예정이 있는 건가?

그나저나 끝나고 다들 소리가 너무 컸다든지 이명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데 나랑 석이는 멀쩡한 거 보면 우리 귀가 특별히 튼튼하다든가 이미 문제가 생겼거나 그럴텐데... 별로 전자같진 않은 듯하니 걱정을 해야 하나 싶다.

셋리스트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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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 11/12/01 15:41 R X
포스트락에서 연주 중간마다 환호를 부르면 되겄습니까? 스튜어트 양반도 연주 중간에 단체로 환호를 해대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구만-_- 베이스 양반이 기타 잡고 조용하게 치는 중에 몇몇 사람이 '오오!'하는 걸 보고 아무렇지 않는 관객이 더 이상하다고 봅니다만?
아마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은 이것이 맘에 안들었을 겁니다. 에휴 정말...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가치관의 차이입니다. 제발 당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마세요.
bassist. 11/12/01 21:47 X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라는 제약을 두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본문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충분히 반감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튜어트가 실제로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면 그건 뭐 제가 더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어떤 감상 태도를 '이상하다'라고 말하는 것도 제게는 가치관의 강요처럼 보입니다. 저는 그들의 감상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 환호를 자제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보았습니다. 방식을 강요할 생각은 앞으로도 없습니다. 계속 마음에 안 들 수는 있겠지만요.
Dep 11/12/01 22:02 R X
1. 나도 오랜만에 Rock Action CD 돌려야지.
2. 객석에서 본 공연은 플레이밍 립스랑 벤 폴즈 공연이었는데...난 사운드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라 잘 모르겠지만....잘 모르겠다;;
3. '이런 장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에는 나도 반대. 하지만 어쿠스틱 핌프 공연에서는 다들 무지렁이가 되어야 한다?
bassist. 11/12/01 22:07 X
셋리스트 보니까 이런저런 앨범에서 많이 해 줬더라. 나도 다른 앨범 열심히 들어봐야 할 듯... 근데 이어폰으로 들어도 그 싸운드를 생각하면 맥이 빠질 것 같아서 걱정됨 으으

우리는 모두 무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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