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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실랑이
일기 | 12/08/07 12:02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 여느 때처럼 2호선을 탔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이어폰을 뚫고 들린 소리는 객차에서 다투는 두 중년의 목소리였다. 한 사람은 남자였고 한 사람은 여자였는데 자리 때문에 시비가 붙은 것 같았다. 남자는 죽여버린다느니 하는 욕설을 하고 있었고 여자는 죽여보라는 식의 말을 했다. 남자가 손으로 치려고 하니까 좆달린 사내 새끼가 나 하나 어떻게 못하냐고, 그러더니 남자가 손으로 머리께와 가슴팍을 치면서 또 욕을 했다. 세 정거장을 가는 동안 한참을 시끄럽게 했는데 남자가 '너같은 인간은 죽어야 된다'라고 하니 여자가 '그래 너나 나같은 놈은 죽어야 된다'라고 하는 게 특이했다. 왜 자기도 포함을 시켰을까?

점점 손이 올라가는 게 격해지는 것 같아서 내가 가서 치시면 안 된다고 손으로 잡고 막았더니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그 전까지도 사람들이 옆에서 말렸는데 주로 젊은 여성들이 아침부터 지하철에서 왜 이러시냐는 말로 말렸고 옆의 남자 노인들은 구시렁거렸으며 몇 미터 떨어진 곳의 사람이 여자쪽에다가 뭐라고 크게 한마디 한 게 전부였다. 역시 젊고 덩치가 있어 보이는 남자가 나서는 게 제일 효과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정말이라면 아무래도 씁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 관용어구처럼 쓰이는 '아침부터 지하철에서 이러시는 게' 라는 말도 관습이니까 이해는 하지만 중요한 건 아침이니 지하철이니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맞고 있다는 거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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