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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는 짧지 않다
일기 |
04/08/1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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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
새벽 6시에 잠들었다. debian을 깐 후에 X를 띄우려고 별별 삽질을 다 하다가 지쳐서 쓰러져서 잠든 것이다. 이불은 날 무시무시한 마력으로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일어나 보니 10시 5분 전. 아침밥을 걸렀다. 밥도 못 먹은 육신에 정신이 들어 있으면 배만 고프지, 에라 자자.
다시 일어나니 오후 1시였다. 학교에 PDA 신청서를 내러 갈까 생각을 해 봤는데 굳이 학교에 갈 이유가 없었다. 아 학교에는 에어컨이 있지... 그러나 가는데 덥고 가기 귀찮은데다가 물건을 건네받을 일이 있었는데 물주는 아직 잠들어 있는 모양이고...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집에 있었다.
원근이가 knoppix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줬다. 쌈박하게 debian을 설치할 수 있는... 그나저나 debian이 깔기 힘든 녀석이었던 듯 ? 문서를 봐도 그렇고 커널도 옛날 것이라서 요즘 드라이버도 잘 못 잡고 그러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어제 X 띄우려다가 gg를 치고 뻗어버렸지만.
배가 고파서 슈퍼에 가서 뭔가 사기로 했다. 1950원을 소비해서 이것저것 사 왔는데... 역시 배를 채우는 빵보다는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아이스크림이 더 고마울 정도로 더운 날씨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요즘은 왜 그리 더운지, 정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다. 새벽에도 선풍기 바람 계속 쐬다가 죽기 싫어서 타이머 맞춰 놓고 잠들었는데 10시 5분 전에 일어난 걸 보면 더워서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법 하다. 바람을 쐬어도 죽고 안 쐬어도 죽고... 어쩌란 말이냐. 아 선풍기 회사에서는 25분 틀어 주고 5분 쉬고 뭐 그런 장치는 안 만드나 ?
오늘은 과외를 하는 날이었다. 가방을 정리하려고 열었는데 DX 책... 에구구 저건 언제 다 보나. 그리고 디자인은 언제 할 거냐. 마침 어제 저녁에 이곳저곳 보다가 쓸만한 테마를 얻긴 했지만 여전히 막막하다. 난 그런 디자인 해 본 적 없다고... 홈페이지 디자인이야 뭐 수업 듣기 싫어서 열심히 구상해 본 적은 많지만. 게다가 기능성을 살리는 거라면 모를까, 그냥 봐서 쌈박한 디자인이랑은 거리가 먼 것들 뿐인데... 에휴.
나가기 전에 아래로 내려 가서 생수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지옥의 불구덩이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뭐 문을 나서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496, 아니지 5515번을 탔다. 아 역시 버스 안은 시원해. PDA를 켜고 습관적으로 시간을 본 다음 드래곤 라자를 열어서 읽어댔다. 이 놈의 소설은 왜 이리 재밌는지... 순식간에 서울대입구에 도착했다. 당산역 출구에서 제일 가까운 플랫폼 번호는 8-3, 내리자마자 계단이 있지. 성큼성큼 걸어가서 다시 PDA를 꺼내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새 당산역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계단으로 달려갔다. 여기선 늦어지면 엄청 늦어진다. 난 바쁜 몸이라구. 돈을 벌러 가는 거란 말야. 당신들은 지금이 느긋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 시간일지 몰라도 나는 지금이 출근이라고 - 라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 게이트를 통과했다. 순간적으로 찍히는 추가요금 100원. 나는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저번에는 추가요금 없던데 왜 오늘은... 이명박 이 빌어드실 분(분노의 대상이 조금 빗나간 듯하지만 습관처럼) 같으니.
2번 출구로 나갔는데 저기 목동01번이 만원인 채로 서 있다. 한 명 정도 더 타면 출발할 기색인데... 어라 저기 누가 타네. 이 자식아 거긴 내가 타야 한다고 ! 버스는 이미 문을 닫고 있었다. 아이고 어쩌나. 소설이나 읽어야지. 나는 그렇게 한참을 읽다가 앞 사람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아 버스가 왔구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네... 라고는 해도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32분. 나는 8시까지 가야 한다고 !
집에 도착하니 순도(이 녀석 별명은 순도둑놈이다 킬킬) 어머님께서 시원한 음료와 함께 포도를... 크어 어찌나 반갑던지. 난 그 액체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순도가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그걸 그렇게 꿀꺽꿀꺽 마셔요 ?" 라고 했다. 이 놈아 여기 이렇게 흘린 땀 때문에 젖어 버린 셔츠가 보이지 않느냐, 이것보단 더 마셔야 한다고. "응 더워서." 나도 참 실없는 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마셨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음료수지 ? "어 그거 음료수 아닌데... 석류예요." 뭐 ? 석류가 이렇게 단가 ? 내가 할머니댁에서 먹던 석류는 시기만 하던데. 그래서 어릴 적에는 석류가 참 쓸모없는 과일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때는 덜 익은 것만 먹었나 ? 뭐 석류라고 하니 원래 석류가 그렇든 설탕을 무지하게 탔든 별로 상관할 바가 아니지. 엄청 시원하고 맛있었으니까. 게다가 얼음까지 띄워져서 S랭크를 주고 싶었다. 아이고 어머님 감사합니다.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에서 과외를 했다. 시원하니 슬슬 졸리던데 비몽사몽 수업(?)을 했다. 뭐 그래도 문제는 잘 풀리더라. 고1 문제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1 때는 그렇게 안 풀리던 것들이 지금은 잘 풀리는 걸 보면 엄청 신기하기도 했고.
10시가 되어서 목동 단지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저기 앞의 아가씨는 뭘 흘리셨길래 바닥을 그렇게 두리번 두리번 살피시나. 어라 이젠 나를 쳐다보시네 ? 아가씨, 이 몸이 찾아드릴까 ? - 웃기고 있네. 그 소녀는 나를 지나쳐 갔고, 나는 그 소녀가 살피던 바닥을 스윽 보았다. 어라 저건 방아깨비 아냐 ? 이런 서울에, 그것도 시멘트 바닥 위에 방아깨비가 있네 ? 뭐 하긴 며칠 전에 집 근처에서 고추잠자리를 봤으니, 벌써 가을인가 ? - 웃기는 소리 하지마 밤 10시인데도 더워 죽겠구만 가을은 무슨 더워 죽을 가을...
목동 01번을 타고 당산역으로 가며 창밖을 바라본다. 운이 없어서 오른쪽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앞자리라는 게 운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에 앉았다는 사실이 운이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왼쪽 창밖으로 보이는 양화대교와 성산대교는 무지 예쁘걸랑. 성산대교 쪽이 더 맘에 든다. 왜냐 하면 강의 폭만큼이나 긴 형광등이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강을 가로지르는 그 빛의 선을 꽤나 아름답다. 뭐 그걸 볼 수 있는 것도 10초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년에도 그 불빛 보는 게 참 좋았지. 내년에도 보려나.
당산역에 들어서니 왼쪽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아이고 신도림방향 열차가 막 도착해서 이제 떠나고 있겠구나... 서울대입구에서 가장 빠른 플랫폼 번호는 4-3. 버티어 서서 PDA를 읽고 있었는데 막 열차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어라 저기 적힌 문자는 '신도림' 나는 신도림을 지나서 서울대입구까지 가야 한다고 ! 저 따위 노선을 타봤자 나는 신도림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겠지. 그리고 처량하게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할테고... 에휴 그냥 다음 열차 타야지. 나는 뒤로 슥슥슥 물러섰다. 몰려 나오는 사람들, 그 중 어떤 커플은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며 자판기에서 뭔가 꺼내 마시고 있었다. 어라 시원하겠다...
정신없이 PDA를 읽으며 지하철에 탑승. 나의 상태는 서울대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변함이 없었다. 문이 열리자 고개를 쳐들었는데 저 쪽에서 지하철이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었다 - 계단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겠지, 제길 그러면 4-3에서 내린 이유도, 사람들을 밀치고 문 앞에 선 이유도 없잖아 ! 툴툴 거리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3번 출구 계단을 올라가는데 사람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이거 496, 아니 5515 줄인가 ? 계단을 다 올라가니 5515 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휴 그럼 난 5412나 타고 가야지. 마을버스 승강장을 지나쳐서 일반버스 승강장으로 가는데 재원이형이 보였다. 여전히 멍한, 아니 귀여운 얼굴을 하고 계셨다. 신촌에서 놀다가 이제 기숙사로 가신대나, 간만에 뵈어서 반가웠다.
버스를 타고 녹두에 갔다. 배가 고파서 영철 스트리트 버거라도 먹을까 생각을 했는데 웬걸, 문이 잠겨 있었다. 어라 저기 휴무도 하나 ? 아니면 요즘 장사가 안 되나 ? 안 돼 여기서 굶어 죽을 순 없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오락실로 향했다(이 봐 굶어 죽는다고). 간만에 D ! 한 달만인가 ? 스티어링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2000원을 500원 짜리 동전 4개로 바꾸고 시트에 앉았다. 아카기 3놈을 가볍게 제압하고 타임어택 한 판 하면 되겠지. 어이없게도 나는 첫번째 녀석 제 1 섹션에서 적응을 해 버렸고 가볍게 케이스케까지 클리어하고 타임어택에서 시간을 단축했다. 아 이거 오늘 차가 잘 나가네 히히히. 2000원으로 잘 놀았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
걸어가는데 저기 원선이가 보였다. 아 이거 100만년 만이구만. 난 MT도 안 갔으니. 녀석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방학 중에 또 보려나 ? 그래 2차 MT 간다니 그 때 보면 되겠지. 저 놈도 참 변한 게 없군. 나는 머리라도 길었지 킬킬.
편의점에서 카페라떼 모카를 사려고 들어갔는데 모카가 없었다. 요즘 그런 종류의 커피들이 많이 나오니 카페라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지 디자인을 바꾸고 이벤트 행사도 하더라. 뭐 역시 음료는 맛이겠지만 장사는 맛으로만 되는 게 아니니까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집어 들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진하게 느껴졌다. 다 마시고 빈 통을 처리한 다음에 훼미리마트로 들어갔다. 아까 편의점에는 삼각김밥이 없었다고 ! 뭐 건강삼각김밥인가 800원짜리가 있었는데 포장도 좀 고급스럽고(그래봤자 삼각김밥이지) 웰빙 어쩌구가 쓰여져 있었다. 에휴 저 놈의 웰빙... 그래 난 싸게싸게 살렵니다. 700원짜리 삼각김밥 2개를 샀다. 뭐 맨날 고르는 전주비빔밥이랑 참치 마요네즈... 이게 내겐 제일 좋은 메뉴지 뭐.
집에 와서 샤워를 했다. 저번에 이틀을 NT실에서 자고 샤워를 3일 동안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샤워를 하고 몸을 닦은 수건이 마르고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 땀이 완전하게 씻긴 게 아니라 노폐물이 수건에 흡착되어 부패작용을 일으키고 있었겠지. 뭐 최근에는 착실히 씻어주니(나 원래 잘 씻는다 흠흠) 수건은 그냥 정상 상태였고... 찬물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아까는 물을 마셨지만, 지금은 온몸을 적시고 있다. 으아 시원해, 역시 여름에 찬물 샤워가 제맛이야. 모님께서는 죽어도 찬물로 샤워 못하신다지만(에휴 그래요 로리하니까 뭐 그렇다고 하죠) 난 이게 최고야 ! 지옥의 불구덩이가 씻겨져 나가는 느낌... 수건으로 닦자마자 얼굴에서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징하다. 그래 샤워하면서 움직인 몸이 열을 받아서 이제 땀이 나온다 이거지 ? 징하다 징해, 정말 더워빠진 여름밤이다.
이불에 누워서 PDA를 읽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께서 옥수수를 가져다 주셨다. 삶은 옥수수에서는 물이 뚝뚝뚝. 이걸 보고 뭔가 웃긴 소재가 생각나서 글로 적어볼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옥수수를 우물거리고 있었는데 소설에서 웃긴 장면이 나오길래 "푸훗 !"하는 소리가 입술까지 밀려왔지만 억지로 참아내었다. 장하다 정희동.
그리고 뭔가 마시려고 컵을 들고 레몬홍차를 탄 다음 내려 가서 뜨거운 물에 녹이고 찬물에 희석을 했다. 음음 뭐 이 정도면 꽤나 쓸만한 맛이군. 앞으로 자주 먹어야지. 그런데 되게 안 녹네 에휴... 뜨거운 물을 좀 많이 탔더니 미지근하다. 얼음이라도 넣으면 좋을텐데 말이지.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글 쓰는 도중에 여자친구랑 통화...
당신의 하루는 결코 짧지 않다. 한 행동을 모조리 써 보라고. 집에서 뒹굴기만 해도, 당신은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을 거다. 기나긴 시간 소중하게 쓰시길... 뭐 이 말은 그냥 갖다붙인 것이고, 이 글의 주된 목적은 일기였다. 크하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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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s nazono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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