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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일기 | 06/09/29 02:43
회사에서 1시 조금 넘어서 나왔는데 하늘이 너무 훤했다. 서울의 밤 하늘이 밝은 이유는 그 때까지 꺼지지 않은 조명들이 흐린 날씨에 위세를 떨치는 구름들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리라.

가을인지 바람이 시원했고 시간도 늦어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대리석으로 된 의자에 앉아 잠시 늘어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그루터기에 앉은 소년의 느낌이 이런 것이었을 거라고 혼자 생각하며 아까의 하늘을 쳐다 보았다. 공허한 느낌의 밝은 하늘은 텅 빈 허무감을 가진 현대인들의 겉모습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묘했다.

택시를 탔는데 간만에 맡아 보는 차내 공기 청정제 '산도깨비'의 냄새, 날아가는 불빛들에 흐르는 Doves의 Caught By the River 기타 솔로가 텅 빈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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