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본지 6년이 넘었다. 6년 동안 학교보다 회사 생활을 더 오래했다. 아 벌써 그 정도 시간이 흘렀구나... 회사 생활을 3년 넘게 하면서(반년은 알바였지만) 얻은 교훈이 있다면 '할 일을 미루지 말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할 일을 미루다 좋은 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잘 해봐야 본전이고 언제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또 다른 문제나 일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언제나 드는 생각은 한가지, '아 좀 일찍 할 걸...'
난 지금까지 살면서 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저런 고생도 해 봤지만(아 몇 살이라고 팀 사람들이 이거 보면 가소로울 거야 oTL) 지금 나는 뭐 그럭저럭 잘 살고 있었으니까. 이게 운이 좋은 건지, 문제가 생겨도 잘 잊어버리는 편이라 쉽게쉽게 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발등 크게 찍히면 그걸 계기로 변하거나 버릇을 고치거나 한다는데, 나는 저 일 미루는 나쁜 버릇을 아직까지 고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미뤄서 낭패(까지는 아닐지라도)를 본 일이 상당히 많았다. 병원도 좀 일찍 가봤으면 일 바쁠 때 급하게 병원 가지도 않았을 거고, 하던 일 미리미리 좀 끝내놨으면 입소 전날 야근하지도 않았을 거다(물론 1시간 정도긴 했지만). 게다가 다른 사람이 미루다 급하게 내가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건 정말이지 후... 잘 생각해 보면 나도 이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나는 결코 특출나게 뛰어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을 하든지 성실하게 살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아니 생각이 있기나 한 건지...
내일(자정이 지났으니 오늘) 입소하는데, 그 동안 어떤 교훈을 얻어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 하긴 몸만 성히 나올 수 있으면 가장 좋지 않을런지... 사실 나오면 밀린 웹툰은 언제 보고 RSS 리더도 언제 보나, 회사 메일이 1000건은 넘게 쌓일텐데 그건 또 언제보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뭐 벌써 그런 걱정하는 게 쓸데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만큼 심심해서 그렇지만...
평소보다 1시간 늦게 퇴근해서 회사 앞 블루클럽-_-으로 갔는데 영업이 9시까지인 걸 보고 안도했다.
"훈련소 가니까 3미리로 밀어주세요."
"3미리면 완전 스님인데요? 보통 15미리로 많이들 깎으시던데... 6미리로 해드릴까요?"
"네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기억이 맞다면 그 옛날 후생관 이발소 언니는 옆부터 밀던데 이 아저씨는 머리 중간으로 고속도로를 내버리는 게 아닌가. 웃겨 죽는 줄 알았는데 공사 중(낄낄)이라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다 밀어버리는 거 그냥 킬킬대면서 웃을 걸 그랬나? 앞쪽을 다 밀었는데 거울을 보니 아래 그림이 떠올랐다. 내 머리가 꽤 길었다는 걸 생각해 보시라.
아 진짜 웃겨 죽는 줄... 예전에도 그랬지만 머리 밀 때는 뭐가 그리 웃긴지 모르겠다.
다 밀고 머리 감으려 일어서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목에 수건을 두르고 '4주' '훈련소' '15미리'라는 단어를 읊조리는 것을 보았다.
......
아 그냥 진짜 빡빡 밀걸 그랬나... 그러고 검은 롱코트 입으면 완전 빌리 코건인데.
나중에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