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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
단상 | 10/09/30 00:13
정확히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태함에 대해 알레르기처럼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사람이 언제나 풀 엑셀러레이터 밟은 것처럼 살 수는 없고 나 또한 가끔은 퍼질러져 있긴 하지만 삶의 태도 전반에 그래서는 안 될 거라 생각하고 항상 경계하고 있다. 처음 가 본 예비군 훈련은 세상에 이처럼 나태한 집단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해 주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다들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괴로웠다. 나 또한 같이 간 동기들과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전반적으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귀찮아하는 모습과 명확한 대상이 없는 짜증의 기운을 느끼고 있자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점심으로 나온 탕은 맛있다고 생각했으나 향이 없음을 알고 조미료가 엄청 들어갔겠거니 싶었다. 그러고 괜히 먹기가 싫었지만 배가 고파서 먹기는 잘 먹었다.

총을 받으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진 않았지만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사격은 잘 됐다. 여섯 발이 모두 엄지랑 검지 동그랗게 모은 범위 안에 들어갔으니까. 심호흡을 하고 격발 직전의 순간까지는 온 신경과 정신을 바늘 끝에 모으는 느낌인데 그 순간도 꽤 괜찮다.

결국 심심하니까 온갖 생각을 하고 뭔가를 끄적대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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