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 일이지만, 단편영화에서 조연으로 연기를 해 본 적이 있다. 언제나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그 형이 몰던 차의 조수석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느닷없이 꺼낸 제안을 승낙한 까닭이었다. 촬영은 어떤 실내에서 이루어졌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그 형과 촬영 담당분이 계셨다. 대본은 형이 쓴 것이었고 그것을 읽은 후에 설명을 듣고 촬영에 들어갔다. 당시의 나는 연기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터라 배역을 연기한다기 보다는 그 상황이 된 내 자신을 상상하며 나름대로 말도 하고 움직였다. 편집된 영상의 길이는 3분 정도였지만 총 촬영에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영상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딘가 올라갔는지 지워졌는지 그 형이 간직하고 있는지. 지금도 '선댄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형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올림픽대로의 정체 속에 좌석 양 옆으로 팔을 하나씩 빼고 서로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어둑어둑한 동쪽 하늘을 보며 verve의 lucky man을 들었던 그 때가.
"Tell me, is it hard?"
"Is what hard?"
"To take a life."
"Oh... hmm... ...yea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