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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 - Two Moons
음악 | 10/03/19 17:51


앞 포스팅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번 학기에 '음악의 원리'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 시간에는 리듬Rhythm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여러 사람들과 문헌에서 리듬에 대해 정의한 내용을 알아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플라톤의 "Ordered Movement"였다. 먼저 이 문헌의 한글 번역이 '잘 정리정돈된 운동'이라는데서 교수님이 한 번 까셨고(...) '질서가 부여된 움직임'쪽에 가깝다고 하셨다. 자, 그렇다면 질서는 무엇인가?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질서가 있느냐 없느냐고 정할 수 없는 것은 이 속성 자체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고 질서도가 낮다고 해서 리듬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질서정연한 리듬을 가진 음악을 하나 들려주셨는데 굉장히 단조롭고 지루하기까지 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서 설명하시길 질서정연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료한 것이고 그 속에서 일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무질서한 것은 그 속에서 어떤 것을 느끼기가 힘들기 때문에 질서가 좋으냐 무질서가 좋으냐를 따지기 보다는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가 있고 작곡자는 필히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절대적 가치로서 옳은 것은 없고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만이 선善할 뿐이라고...

Toe는 사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이모저모 살펴 볼 요소가 많은 밴드인데 이 곡을 들어보면 재밌고 좋은 점이 참 많다. 장황한 설명은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적어보겠다. 클린톤 기타로 몇 음의 멜로디를 연주하고 엇박에 어쿠스틱 기타가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르페지오에 끝에 등장하는 하모닉스 소리는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클린톤은 그 뒤에도 계속 나오는데 정박과 엇박을 넘나들며 빈 곳을 메운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실로폰의 떨어지는 5음은 굉장히 절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실로폰과 어쿠스틱, 신디 소리가 번갈아가면서 전진 배치되는 것 또한 귀기울여 들을만하다. 이어 등장하는 드럼이 곡의 박자를 명확히 한다. 당김음을 사용해서 강약을 흐뜨러 놓고 3연음으로 긴장감을 끈 다음 분위기를 전환하는 방식 또한 아주 교묘하다.

첫 번째 분위기가 전환될 때 모든 소리가 멈추고 신디와 드럼 하이햇/라이드만 나오는데 이 때 이상한 박자는 다음에 흘러나올 빠른 어쿠스틱 멜로디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박자만 놓고 봤을 때는 매우 이상하고 이게 대체 무슨 음악에 들어가면 그럴싸하고 들을만할까 싶지만 이 노래에서는 이것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적절하다. 이들은 대충 만든 미디를 듣고 멤버들이 각자의 해석을 해서 거의 즉흥적으로 곡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말이라면 이 사람들은 천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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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nion 10/03/19 23:11 R X
오 흥미롭다~
bassist. 10/03/20 22:23 X
못 보던 스타일이라 좋더라
won 10/03/20 05:49 R X
지금부터 도늘 모은다 ...
... 모두 우드스탁에서 보자..
bassist. 10/03/20 22:23 X
ㅋㅋㅋㅋ 우드스탁
Dep 10/03/21 01:01 X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bassist. 10/03/27 03:45 X
우드스탁 슬 라인업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Dep 10/03/21 01:00 R X
음악은 질서와 무질서의 비율을 정하는 놀이가 아닐까 싶다.
(내 수준에서 음악은 놀이기 때문에 놀이라고 하는 것임...)
여기서 질서를 상수로 잡아 버리면,
텐션을 얼마나 적절히 섞어 넣느냐의 문제가 될 듯.
그런데 웃긴 건, 정박에 기본화음만으로 된 노래도 좋을 수 있고
저 곡처럼 온 곡에 텐션 칠을 해도 좋을 수 있고
각각의 반대 경우도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정말 편곡은 어떻게 하는 걸까!?
bassist. 10/03/27 03:46 X
글쎄 많이 하다 보면 감이 오지 않을까
사실 좋고 나쁨을 정형화된 기준에 따라 가르기도 힘든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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