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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12/02/01 13:30
이제사 자유로운 몸이라는 기분이 든다. 내가 돈을 벌어서 밥을 먹고 생활을 영위해 나감으로써 주어지는 일상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다(이런 생활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때는 군역의 의무를 이행 중이었고 학교도 졸업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직 통과해야 하는 지점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마침내 완전한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 물론 내가 돈을 벌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체제로서의 외부 요인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아직 그것에 의해서 구속을 받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 그냥 체제에 익숙해졌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어차피 '먹을 것을 구해야 살아야'하는 것은 체제밖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어쨌든, 나의 이와 같은 해방감은 좀 더 빨리 내게 주어졌어도 좋지 않았을까 한다. 미성년자였을 때는 공부를 해야만 하나의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아이로서의 정체성을 가진)개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고 대학생 때는 학점을 잘 받아야 했고 졸업을 앞두면 취업이 항상 걸림돌이 되었다. 물론 결혼이라는 큰 문제가 남아 있지만 내가 돈을 벌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더 이상 생존과 직결되는 외부 요인에 제약받을 일은 없을 것이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과 같은 결승지점을 향해 가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방향조차도 많이 다를 뿐더러 그 결승 지점이라는 것도 내 스스로 정해야만 하고 그것이 가능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막막한 점도 있다. 다시 한 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학교 입학, 군대 문제 해결, 취업 등의 외부 촉발적이고 단기적인 목표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목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이제 자유다. 더는 누군가가 내 삶을 움켜쥐어 끌고 가려 하는 것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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