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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오랜만
일기 | 10/03/19 16:32
오래간만

지난 주말 시작 전 트위터에다 '이번 주말엔 기필코 정리 치원에서 포스팅을 해야지'라고 글을 남겼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난 주말을 맞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본격적인 TODO의 첫 번째는 OS 프로젝트 1이었다. 2005년에 했던 것과 동일했지만 요구사항의 세부 항목이 많이 추가되었고 분량 또한 10장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2005년에 쓴 보고서를 꺼내보니 참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보고서를 내고 점수를 받을 생각을 했을지... 실제로 레퍼런스를 서너번씩 반복해서 살펴 보고 소스코드도 까서 주석 부분을 다 읽어 보니 과제를 처음 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토요일에 시작했는데 요구 사항의 한 항목 이해를 못해서 많은 시간을 날려서 결국 주말이 다 지나가도록 완성을 못했고 월요일과 화요일 남는 시간을 모두 보고서 쓰는데 투자해서 완성할 수 있었다. 지난 학기 게시판을 좀 더 꼼꼼히 살펴봤으면 시간을 아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사실 이것 때문에 집 컴퓨터에 우분투를 설치했는데 첫 번째 디스크의 세 번째 파티션이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었고 해당 파티션을 마운트 했는데도 grub이 윈도우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난 많은 멀티미디어들이 들어가 있던 두 번째 파티션의 inode를 다시 쓰는 실수를 했고(순식간이었다)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던 디스크에도 잘못된 조작을 가해서 되돌릴 길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데이터 날리고 윈도우는 다시 설치했다. DVD 레코더가 없었는데 학교에서 DVD 디스크를 사 와서 집에 있던 회사 노트북으로 이미지를 옮겨 디스크를 만드는 등등의 귀찮은 일도 해야만 했다.

등교와 하교는 이제 좀 익숙해져간다. 등교는 항상 1500-2를 타고 사당에서 내려 낙성대에서 관악02를 타고 올라간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1.5교시라서 9시 30분까지 301동에 도착해야 하는데 한 번은 9시 10분에 낙성대에 도착했다. 조금 늦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시간이 항상 그렇듯 줄이 길어서 다음 정거장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다음 정거장에도 사람들의 줄이 50m쯤 되는 게 아닌가. '전에 이런 걸 본 적이 있나?' 어쩔 수 없이 줄은 서 있었는데 갑자기 빈 버스 세 대가 연속으로 등장했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문을 열고 "긴급 지원 나왔으니 얼른 타세요~"라고 하셨다. 이 시간의 등교는 항상 전쟁이다 ㅋㅋ 결국 10분 정도 늦긴 했다.

학교 수업이 다 끝나면 항상 포스코에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가는데 운동이 6시 전후로 끝난다. 화요일 음악의 원리 수업이 끝나자마자 포스코로 가서 운동을 마치고 조금 일찍 나왔더니 5시 10분이었다. 정문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서울대입구로 이동한 다음 사당에서 1500-2를 타고 내려서 116을 타고 집앞에 도착하니까 6시 5분이었다. 정문에서 동네까지 1시간도 안 걸린 셈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포스코에서 6시 10분에 나왔는데 퇴근 시간이 겹치고 그 때부터 갑자기 또 눈이 와서 도로가 엄청 막혀서 결국 집까지 두시간이 걸렸다. 하교를 빠르게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학교를 다니려니 처음 생긴 제도 때문에 번거로운 것도 있었고 바뀐 분위기 때문에 위화감이 드는 점도 많았다. 이제 과방 및 실습실에 출입하려면 새 학생증을 만들어서 과사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이 때문에 졸업생은 출입을 못하게 되었는데, 졸업식 당일까지 열리던 과방이 아래에서 사진 찍고 올라오니 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게다가 후배 중 한 명은 현재 졸업하고 연구실에 출근하고 있는데, 다음 학기부터 정식 대학원생 등록이 될 예정이라 공식적으로는 학교에 적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실습실 안의 동아리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보안 관련해서는 엄격해져서 좋기야 하다만 이런 웃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게 좀 아쉽기도 하다.

학교에 붙어 있는 포스터들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세련되어짐을 느꼈다. 붙은 대자보도 예전처럼 투박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고 신입생 모집 관련 동아리들의 홍보 포스터 또한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부자 되기 동아라든지 경영, 투자, 벤처 관련 등등 자기 개발(정확히는 자산?) 및 커리어 설정 관련 동아리들이 많이 늘어난 것도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었다. 최근 과 사진 소모임에서 학교 관련 사진을 올리는 일을 과 사람들과 하고 있는데 2003년경의 사진을 올렸더니 후배 중 한 명이 "당시 유행하던 대학생 패션이네요!" 라는 리플을 단 것을 보고 피식했다. 사진을 보니까 정말 그렇더라. 소위 말하던 촌스런 쌍팔년도 패션(장발에 커다란 뿔테 안경 민무늬 옷들...)이 웃음거리였던 우리가 이제 웃음거리가 될 차례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되었달까.

어제는 간만에 즉흥적인 술자리가 있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도 애들끼리 갑자기 술을 먹으러 가거나 한 일이 나는 잘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반가운 자리였다. 헤어지면서 "이제 또 언제 보냐"라는 인사가 어색하지 않은 우리가 된 것이 안타까웠지만 언제나 같이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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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 10/03/19 19:31 R X
아아 학부생 부럽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졸업하고 딩가딩가 임고책이나 뒤적거리는것보단 수업듣는게 재밌긴 해요 으헝헝헝

낙성대에 그 머냐 셔틀 생겼대요!
시간대 운영이 아침 몇시까지였는지는 까먹었는데.. 중도인가 학관서 포스터를 본거라;;
아마 아침 8시 30분? 까진가 운영할거에요.
위치가 두부마을 앞이라던가..
자세한건 알아서 찾ㅋ기ㅋ
bassist. 10/03/20 22:11 X
시험이나 프로젝트로 밤을 새게 되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요즘 재밌긴 해요 ㅋㅋ
낙성대 셔틀은 저도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8시 30분이라니 그럼 이번 학기에는 탈 일이 없겠군요. 제일 빠른 수업이 1.5교시라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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