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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4
일기 | 10/01/15 00:58
술이 늘었나
맥주 한 병 먹고 이거밖에 안 취하다니
A가 나에게 혀꼬인 목소리로 "그렇게 안 마시면 안 취하거든"라는 소릴 했지
나도 병신이고 너도 병신이다

"그런 건 솔직히 말하는 게 아냐! 거짓말도 하나의 방편이라는 말이 있잖아! 조금은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지!"
여러분 제가 감히 말씀드리는데 저한텐 이러지 마세요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사실을 말해주는 게 절 배려하는 겁니다
나중에 제가 딴 소리하면 뒷통수를 후려갈기든 싸대기를 때리든 맘대로 하세요

개인적인 일로 화를 내 본 게 대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세상 살면서 높으신 것들이나 인면수심에 대해서야 화가 나지만
이건 내 자신에 관심이 없는 걸까
아니 그건 아니겠지 그냥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화내지 않는만큼 마음을 긁을 일도 없을테니까 말이지
아무렇지 않은 척 눈매와 입가에 표시하지 않기
어른 흉내내면서 사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현실에 눈돌리고 게을렀던 대가
피해갈 수 없고 언젠간 덮쳐올 것이라는 사실마저 잊고 있었나
모든 게 잊고 싶나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지 어찌됐건 방법은 강행돌파뿐

손발 오그라들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불을 걷어차진 않을 것이다
난 쿨한 척 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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