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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 톤퀘스트에 기타를 맡기고 근처 버거킹에서 와퍼 세트를 먹으며 '점심 먹고 3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와퍼같은 걸 먹어도 되는 걸까'하고 생각했다. 이게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는지는 공연장에 가서 알게 됐지만...
올림픽 공원까지 걸어갔는데 체조경기장 가는 길을 제대로 몰라서 중간에 있는 호수를 한바퀴 빙글 돌고 헤매다 찾아감. 그 때가 6시 25분쯤이었는데 입장 직전이라서 사람들이 다 길게 줄을 서 있었다. A구역부터 입장하는데 결국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안에 들어간 시각이 7시 10분쯤. 그 때는 왜 사람들이 밖에서 춥게 얇은 옷에다 심지어는 반팔, 나시티를 입고 있는지 의아해했다. 으으 내가 이런 공연을 처음 본 건데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게다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어보인다. 뭐 어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난 오후 반차 쓰고 볼일 보고 기다린 거라서 =_=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공연 시작 시간이 8시 30분이었는데 조금 늦어졌다. 내 위치는 입장 번호가 꽤 뒷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잘 붙어서 맨 앞 펜스에서 4m정도(노엘과는 20m 정도 거리)였고 안쪽 펜스 거의 바로 옆이라서 나중에는 인파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그건 그렇고... 앞쪽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사람들 밀치고 압박도 장난이 아니었는데 결국 시작하기도 전에 실려나가는 어린 여성팬(...)
진행요원이 와서
"생수통 보이면 공연 안 하겠대요, 우리도 웬만하면 안 이러는데 다들 앞으로 내 주세요"
성질머리 하고는... 옛날에 물통으로 맞았나봄
다들 수긍하고 자진 납부
...
그리고 8시 40분? 45분쯤에
조명이 꺼짐과 동시에 울려퍼지는 Fucking in the Bushes ...
어째 얘네들은 MR을 틀어도 이렇게 간지가 나냐
...
그런데 이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진짜 완전 신나고 뛰놀기 좋은 노래라서 사람들이 미친듯이 뛰면서 놀았다. 더군다나 앞쪽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1시간 30분 이상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인데 공연 시작을 알리는 이 노래에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으리
문제는 이 노래 끝나고 Rock and Roll Star 하니 서너명 더 실려나갔다는 거
...
의외로 젊은 팬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음.
나는 Cigarretes and Alcohol이나 Slide Away 같은 거 나오면 몹시 좋아하면서 따라불렀는데 젊은 팬들은 요즘 앨범도 다 알더군 난 잘 안 들어서 ㅈㅈ
열성팬들은 막 가사 적어온 거 보면서 부르고(더 열성이면 외워야겠지만) 노엘 기타 솔로 하니까 막 눈물흘렸다고 그러고 -_- ; 언제부터 오아시스가 아이돌이 됐나 싶었음
앞쪽은 그런 식의 분위기가 지속되다가 한 5곡 정도 하니 다들 지쳤는지 적당히 즐기는 분위기가 됐음.
하지만 갑자기 Morning Glory 인트로 기타 소리가 나오는데 ...
난 진짜 슬립낫 공연 보는 줄 알았음
다들 미쳐서 뛰노는데 체조경기장 바닥 꺼지는 줄 알고 조마조마
...하진 않았고 나도 같이 미쳐서 몹시 뛰어 놈 예아
점심 시간에 발목 심하게 접질러서 걷기도 힘들었다는 건 어느 새 뒷전
리암은 "오, 지난 번보다 훨씬 크레이지하군"이러고 팬들은 그저 환호성
중간에 자기 쓰던 탬버린도 진행요원 통해서 팬한테 줘버림 ㅋㅋ 그 분 완전 부럽
중간에 사람들이 자꾸 Live Forever 떼창하니까
노엘이 "한국이니까 특별히 해 줌 ㅋ굳ㅋ"
이러고 혼자서 통기타 들고 립뽀레버를 불러 줌
관객들 미쳐서 떼창 오오 진짜 간지...
노엘은 속으로 짜증을 냈을까 흐뭇했을까
땡큐 남발하는 걸 보면 아주 싫진 않았던 것 같음
마지막에 I'm the Walrus 하기 전에... 리암이 자기 옛날 사진 피켓 들고 있는 팬 가리키면서
잘 생긴 내 모습을 뒤에도 보여줘! 했다고 함
그리고 보컬 파트 끝나고 스탠딩쪽에 악수하는 서비스까지 ㅋ굳ㅋ
(이 부분은 잘못 알고 있었는데 인밴갤러에게 지적 받고 나의 짧은 영어를 통감함)
자 이제 재미없는 장비 이야기를 좀 해 볼까
시작 전에 스태프들이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 조정을 함
심벌이랑 하이햇 나사같은 것도 한 번씩 더 조여주고 스네어 떼서 뭔가 툭탁툭탁 두드리면서 조정을 하기도 하고
공연 중간 중간에 기타를 계속 바꾸는데 거기서도 무대 옆에서 스태프들은 열심히 튜닝하고 있었음
...
노엘은 ES-355랑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썼는데 톤이 진짜 죽여줌. 할로우바디 특유의 그 쭉쭉 뻗는 굵은 소리로 솔로를 하는데 오오...
노엘의 장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이 링크를 ㅋ
그렇게 한참을 뛰놀고 나니 그깟 와퍼는 락앤롤스타에서 이미 다 꺼졌고 ...
점퍼까지 땀에 쩔어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분위기 파악 못하고 점퍼 입고 빡빡머리에 땀 완전 쭉쭉 흘리면서 팔 올리고 계속 흔들고 주변에 민폐도 많이 끼친듯(...)
진짜 굉장한 공연이었음
비싼 이유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었음
여튼 스탠딩은 체력이므로 앞으로도 단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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