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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
일기 |
11/09/03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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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자에게 베이스와 뺀드질의 재미를 알려주었다면
그놈은 내게 맥주의 참맛을 가르쳐 주었다
노파심에서 하는 소린데 자꾸 이런 걸로 그만 좀 엮으시라
나는 성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고 이제 놀리는 것도 지겹지 않은가
우리 학교 근처에는 '녹두'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은 대학생의 낭만과 고시생의 포쓰와 외부인의 삼박자가 융합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다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링고라는 술집이 있는데
이곳은 최상급 품질의 생맥주를 7가지나 취급하며 지역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확보한 가게이다
그 일곱 가지는 아래와 같다
아사히, 하이네켄, 비트버거, 마이셀 바이스, 킬케니, 기네스, 앨리캣
나는 향이 강한 맥주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뒷쪽의 네 가지를 많이 마셨다
이제부터 하나씩 소개를 해 보려 한다
각 맥주들은 뒤로 갈수록 향이 강해진다
첫 번째는 마이셀 바이스
Maisel's Weisse밀맥주다
구수한 향이 특징
사진은 큰 사이즈를 시킨 것인데
길고 꼬롬하게 생긴 잔을 바라보며 마시는 맛이 훌륭하다
두 번째는 킬케니
Kilkenny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에일 맥주라고 한다
아일랜드하면 유명한 것은
슈게이징의 대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음 안 유명한가
WWE의 스타 쉐이머스
정우진 쌤이 좋아하시는 오스카 와일드
월드 스타 엔야 크랜베리스 U2
그리고 기네스북으로 더 유명한 맥주 기네스 (이거 얘기하려고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 놨음)
기네스하면 크리미한 거품으로 유명한데
그거 가지고 캔에 뭐 이상한 구슬 넣어 놓고 특허라고 뻐기기도 하고
킬케니는 거품으로만 따지면 절대 기네스에 뒤지지 않는다
첫 모금을 마실 때는 마치 구름을 마시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이게 또 재밌다
이 맥주의 이름을 보면 생각나는 짤방
세 번째는 바로 그 기네스
Guinness
구인네쓰
맛난 흑맥주다
사실 이 맥주를 통해서 맥주의 맛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달까
어느날 감자놈이 내 방에 놀러가기 전에 술이라도 사 가자고 근처의 편의점에 가서 기네스가 있는 걸 보고 고르더니
이거 맛있냐고 물어보니까 대뜸 한다는 소리가
취향을 좀 탈 수 있는데 인기는 좋다고
방에 와서 마셔보니 이게 웬 신세계
그 때 처음 맛 본 기네스와 어느날 엄청나게 맛있는 기네스를 한 번 마셔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마신 기네스는 좀 밋밋해서 마실 때마다 항상 아쉽다
기네스도 그렇고 많은 맥주들이 따를 때 잘 따르고 따른 후에도 어느 정도 뜸을 들여야 하는데 아래 동영상을 보시라
완전히 색이 진해지고 나서 마셔야 참맛이 나는 법이다
탄산이 다 올라오지 않으면 맛 자체가 밍숭맹숭하니 꼭 저렇게 해서 먹어야 제대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니 무슨 맥주 한 잔 마시는데 이런 공을 들여야 합니까 한다면
세상엔 쉬운 게 없다고 답해주겠다 맛있는 술 먹기가 어디 쉬운 줄 압니까
싸고 빠르게 취하면 그만이라는 이 바보같은 우리 나라의 술문화는 우리에게서 맛있는 맥주를 앗아갔다
마지막, 앨리캣
Alley Kat
아아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까
이 술은 그러니까 내가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회사를 다니던 때에
회사분께서 근처에 맛있는 맥주를 파는 곳이 있는데 한 번 가 보자고 해서 가서 마셔봤는데
맛이 너무너무 특이하고 엄청 강해서 갈 때마다 이걸 시켜먹었다
참고로 그 분에 대해서 짧게나마 이야기를 해 보자면
신혼여행을 벨기에로 떠나서 열흘 정도 되는 기간 동안 80여종의 맥주를 섭렵하고 오신 그런 분
알고 보니 벨기에는 옆 나라 독일 맥주를 얕잡아 보는 맥부심 돋는 나라이며
자신들의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천 가지 맥주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자도 만드는 그런 훌륭한 나라다
어쨌거나 이 맥주는 위에 나온 시커먼 구인네쓰보다도 훨씬 강하고 쌉싸름한 고유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내게는 가장 좋아하는 맥주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런 술이다
우리 나라에서 취급하는 곳이 몇 군데 안 되는 것 같은데 서울에서도 이태원이나 압구정 정도에만 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경기도 구석에 이걸 파는 가게가 있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
어쩐지 외국인도 많은 이상한 술집이더라니 이런 걸 팔고 있었나
8월 31일 종로 한빛미디어파크에서 필스너 우르켈 페스티벌이 있었는데
마트에서 판매하는 필스너도 깔끔하고 훌륭했지만 이 때 마신 필스너는 정말 신기하게도 굉장히 쌉싸름한 맛이 났다
관리가 안 되어서 맥주에 쓴맛이 들어갔나 싶을 정도였는데 나는 뭐 그럭저럭 괜찮았던 느낌
본격적으로 판매를 하려고 그러는지(수입사는 밀러브루잉코리아다) 이렇게 필스너 생맥을 공짜로 주는 이벤트도 하고
아무튼 앞으로도 싸고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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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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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 11/09/04 18:52 R X
1)그렇다면 네놈은 나에게 근육을 가르쳐 준 셈이로군!!
2)사실 빈곤의 상징인 (구)신림동 구석에 앨리캣을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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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1/09/05 13: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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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가르칠 것이 없는 내추럴본머쓸맨! 최근에 허벅다리가 굵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네가 가야할 길은 보디빌더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빈곤의 상징... ㅋㅋㅋ 진짜 신기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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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11/09/05 01:26 R X
<<싸고 빠르게 취하면 그만이라는 이 바보같은 우리 나라의 술문화는 우리에게서 맛있는 맥주를 앗아갔다>>
저는 소주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 같은 역겨움 때문에 잘 안마시고 맥주가 더 좋아서 맥주를 선호하는데 이런 얘기하면 친구들은 이상하게 쳐다봅디다. 나도 맥주 좋아하는 친구가 있음 좋겠ㅇ엉흥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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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1/09/05 13: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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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나랑 친구잖아 ^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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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ㄹ 11/09/06 03:03 R X
으엉 링고! 예전에 알바했던(어언 몇년전이지...) 때랑 내부가 많이 바뀐거 같근영...
으으 술 으으 ㅠㅠ 으으 고시생 으으 ㅠㅠ
하지만 냐롱이가 낙성대로 가버려서 녹두에 갈일이 이제 없겠지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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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1/09/23 05:31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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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가요...
예전에는 '오 특이한 이름의 술집이 있군'이라고 생각만 하고 최근에만 가다보니 몰랐네요
뭐 일부러라도 오시죠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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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clear 11/09/08 21:36 R X
1. 안 지겨워요.
2. 벨기에는 맥부심이 돋을 만 합니다.
덤으로 체코 맥주도 맛있습니다.
체코를 거쳐 독일을 갔더니 (생맥을 독일서는 안 마셔서 그런가) 체코 수준으로 맥주에 막 감탄하지는 않았음 ....
하지만 한국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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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1/09/23 05:31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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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외국물을 먹고 넓어진 그의 견문
체코하면 필스너 우왕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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