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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3 스키장 MT
일기 |
10/01/24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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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일찍 퇴근을 하고 사내 밴드 MT로 스키장엘 갔다. 처음에 스키장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고 왠지 가면 버벅버벅거릴 것 같아서 그렇게 내키진 않았는데 그래도 가서 배우고 구를 요량으로 가 보기로 했다.
ㅈㅇ형 차를 타고 가는데 위기의 순간이 몇 번 찾아왔다. 어째 차 운전하는 느낌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더라니 게임하실 때 비슷하게 운전을 하신다고... 으아아 아악! 가는 도중에 감자한테 킬러스 공연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급좌절.
곤지암 리조트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고 장을 본 후에 장비 대여점에 가서 스키복과 부츠 스키 일체를 빌렸다. 허리가 가늘어놔서 맞는 바지 찾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음.
어쨌거나 숙소에 짐을 풀고 장비를 챙겨서 스키장으로 가는데 훈련소에서 처음 소총들고 사격장 가던 그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_- ; 부츠를 처음부터 조이고 걸었는데 발목이 굽혀지지가 않아서 너무 어색했다. "로보캅이 어떤 기분인지 알 거 같지?"라는 말을 듣고 폭소. RFID 리프트권을 끊고 ㄱㅅ형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 부츠를 스키에 장착하고 탈착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A자로 서는 법, 경사면에서 서 있는 법과 경사면에서 굴렀는데 스키가 빠졌을 경우 경사 아래쪽으로 지탱을 해서 위쪽에서 장착을 해야 한다는 팁... 부츠는 최대한 꽉 매어서 체중이 앞으로(부츠에서는 정강이, 스키는 앞쪽 50%에) 실리게 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점 등등을 배웠다. 몇 번이나 체중이 뒤로 실리면 넌 죽어! 라는 소릴 들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나중에 안 까먹으려고 써 놓은 거고.
어느 새 리프트 탈 시간이 되어 ㅎㄷㄷ 하면서 올라갔다. 첨엔 리프트 타기도 참 힘들더라 아이고. 내리기도 마찬가지로 힘겨웠다. 첨엔 착지하고 나서 앞으로 가야 되는데 굴러서 일어선다고 낑낑대고... 초급 코스에서부터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내려가면서 계속 자세 교정 받고 그런 식으로 40분이 걸렸다. 두 번째엔 20분이 걸렸는데 우연히 체중을 한쪽으로 실으면 반대쪽으로 턴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중간쯤 갔는데 "이번엔 저 쪽 리프트로 갈 거니까 저 쪽으로 내려가." 도착한 곳은 중급 코스로 가는 리프트였다. 어!?
올라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시작지점에 앉아서 보드에 부츠를 고정하고 있었다. 난 천천히 스키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경사가 심해서 A자로 천천히 내려가는데 엄청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턴도 하면서 속도도 줄이고 구르면서 중간까지 내려가니까 "원래 이 정도 경사에서는 A자로 버티면서 내려가는 게 힘드니까 턴을 해야 돼." 아 형 이런 건 일찍 알려줘요 orz 중급에서 두어번 정도 더 타고 나니 대충 혼자서 잘 내려갈 수 있었다. 물론 구르기도 많이 했지만 하도 구르다 보니 이곳저곳에 멍이 든 것 같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체중을 왼쪽에 실어서 오른쪽으로 도는 건 굉장히 쉽게 되었는데 그 반대쪽이 정말 안 되는 것이었다. 사람 신체가 어느 정도 비대칭이고 불균형한 건 알고 있지만 대체 무엇 때문이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나나 생각을 해 봤는데 오른손잡이가 서서 기타를 치면 왼쪽 다리에 체중을 싣는 게 버릇이 되어서 그렇다는 결론이 났다. 실제로 넘어질 때도 왼쪽으로 넘어져버릇하게 됐는데 왼다리로 버티면서 넘어지는 쪽이 힘조절이 쉬워서 무의식 중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하도 안 되길래 오른쪽으로 체중을 실으면서 왼발을 거의 들다시피도 해 봤는데 결과는 데굴데굴...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ㄱㅅ형이 ㅈㅎ대리님의 레슨에 들어가서 나는 혼자 열심히 탔다. 물론 리프트 타는 곳에 대기해서 같이 올라가곤 했는데 나 때문에 계속 기다려 주던 사람들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ㅋㅋ 맘 먹고 속도 내면서 내려가시는 걸 한 번 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이걸 '쏜다'라고 표현하시던데 정말 적절한 표현인 듯.
곤지암 리프트 정상 가장 오른쪽 - 상급과 만나는 중급 시작점
ㅈㅇ형과 ㅅㅁ형의 장풍과 ㅈㅎ대리님의 병아리같은 스키복이 감상 포인트... 긴 한데 밝은 스키복 사이의 ㅊㅎ형 용개 코스프레(포즈도!)가 진짜 웃겼다. 맨 앞이 접니다. 맨 오른쪽은 간지나는 개인 장비와 이론과 실전의 적절한 균형으로 무장한 ㄱㅅ형.
넘어지고 나서는 옷을 잘 털어야 되는데 처음에 그걸 몰랐더니 나중엔 옷에 막 얼음덩어리들이 붙어 있고 바지 주머니 사이로 들어간 눈들이 얼어서 주머니 안에 얼음덩어리들이 막 있었다. 사진 보면 알겠지만 대충 얼굴이라도 좀 가려야 되는데 '뭐 어차피 빨리 내려오지도 않을텐데'라는 생각에 대충 했다가 정말로 리프트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 지옥을 맛봄. 살아 생전 그렇게 몸을 부르르 떨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옷 갈아입다가 왼쪽 옆구리 아래쪽 골반에 계란만한 피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는 걸 깨달았다. 어째 후반부엔 넘어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으아악!"하는 비명소리가 나더니... (빠른 속도에서 넘어지니 설면을 한참 긁으면서 눈폭풍을 만들곤 했는데)
돌아와서는 ㅈㅎ대리님 친구분이 술을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나도 간만에 술을 진탕 먹고는 좀 괴로웠다. 놀기야 참 잘 놀았는데 ㅋㅋㅋ 가기 전엔 걱정도 많이 했지만 가서는 정말 온몸을 불사르며 -_- 잘 놀았다. 옛날에 동기들과 롯데월드 스케이트장 갔을 때도 이런 식으로 놀았지. 난 좀 신나면 몸 안 사린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고 의외로 이렇게 몸 움직이는 걸 참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감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오는 게 좋다고 다들 입을 모아서 말씀하시던데 올 겨울에 한 번 더 갈 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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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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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hazel 10/01/24 10:56 R X
재밌었겠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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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1/26 23:5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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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타는 건데 완전 재밌더라!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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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 10/01/25 01:22 R X
슬슬 몸 사리지 않으면 큰일나는 나이가 되지 않으셨는지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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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1/26 23:5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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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 듣고 보니까 정말 그런 듯도... or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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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라기 10/01/25 13:45 R X
재밌었겠네요.ㅎㅎ 작년엔 시즌권 끊고 다녔는데..ㅋㅋ 이젠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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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1/26 23:58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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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무려 시즌권이 있는 분이셨군요! 몰라뵈었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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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potato 10/01/26 03:44 R X
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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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1/26 23:58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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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자고, 같이 타러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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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potato 10/01/28 02:35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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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개하면 EE 아닌가.
이런 반응이 나오다니 진짜 와우저 물 다 빠졌나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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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2/03 10:32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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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소린가 했네 -_- ;
내가 글에 뭘 써놨는지도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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