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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일기 | 10/08/17 04:16
토사물의 굳기와 흘린 침의 마른 정도로 보아 한바탕 토악질이 있었던 것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까만 천이 그 위를 덮고 있다. 그러면 내가 모를 줄 알았을까, 옷은 옷걸이에 걸어 둔 까만 셔츠였다. 세워 놓은 옷걸이에도 폭격은 가해졌다. 옷걸이를 들어서 옮겨 본다. 둥그런 침자국이 남아 있다. 스크래쳐 박스에서 진동하는 냄새를 풍기는 변이 있었다. 크기와 양으로 보아 쿠크인 것 같았다.

토사물을 대강 치우고 닦아낸 것들과 함께 쓰레기들을 박스에 담고 바깥에 내 놓았다. 현관문을 안 닫았더니 그 새 양갱이 계단으로 나와 온 복도에 들리도록 울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후닥닥 소리를 내며 뛰어올라가니 겁이났는지 이미 책상 밑으로 피신한 후다.

방을 쓸고 닦는다. 평소같았으면 토한 것만 치웠겠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방 전체를 닦았다. 내가 별 소리 안 하고 방 청소를 하는 걸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양갱이 냉장고 앞에서 태평하게 누워있다. 화가 치민다. 방 청소할테니까 저리 좀 가. 야옹. 비킬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눈이 뒤집힌다. 온 힘을 다해 걸레를 던졌다. 가학이 가져다 주는 쾌감 따위가 대체 왜 인간에게 있는 걸까. 말로 하는 욕설도 행동으로 가하는 물리적 폭력도 결국 그 쪽으로 향하고 만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레기같은 기분이 온몸을 휘감아 온다. 이따위 짓 하지 말자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짐했건만 결국 또 이 모양이다. 손 안 댄 게 다행이라고 쓸데 없는 자위를 해 본다.

옷걸이에서 옷을 다 내린 후에 바닥에 눕혀 놓고 아래를 천천히 닦기 시작했다. 조금 흔들거리던 문제가 있었던 것을 떠올리고 너트를 조였지만 역시 손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어느 정도 돌아가긴 했지만 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진 않았다.

빨래를 돌리고 샤워를 한다. 빨래는 56분이 걸린다.


오늘 바람은 퍽이나 선선하고 불어오는 정도도 딱 기분 좋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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