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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4 몇 가지 이야기들
일기 |
10/05/0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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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17시간 잔 것까지는 좋았는데 토요일 밤에 도통 잠이 안 와서 결국 일요일 아침 8시에 잠들어서 정오에 일어났다. 그래서 밤에 일찍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잠이 안 오는 것이었다. 결국 월요일 새벽 6시에 잠들어서 9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20분만에 씻고 나가서 간신히 11시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ㅎㅂ을 만났는데 11시까지는 여유라고 가는 도중에 내게 이야기를 했지만 내가 정말 여유가 있는 건 매점에 가서 음료수도 좀 마시고 오늘 배울 내용도 한 번 보고 그러는 게 여유지.
언젠가 이야기를 했던 것도 같은데 운영체제를 가르치시는 ㅈ교수님의 눈은 참 초롱초롱하시다. 교수님께는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눈빛만은 마치 소년의 눈빛같다. 생각해 보니 ㅇ교수님도 오토마타 수업하실 때 참 열정적이신 모습이 뭐라고 해야 되나 참 존경스럽달까 뭐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 나이에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참 대단하다.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오늘 학교를 가려고 광역버스에 카드를 찍었는데 3400원이 나왔다. 시내버스에서 내리면서 카드를 안 찍었나보다. 보통 1700원이면 추가요금 없이 학교까지 가는데 이러면 900 + 3400이 되어서 평소보다 2600원이나 더 든다. 내가 어제 먹은 신공학관 밥이 2500원이었는데 아... 이런 생각하면 너무 서글프다.
마침 알고리즘 수업이 휴강이라서 공강 시간에 운동을 하러 갔다. 마치고 ㄱㅅ이와 점심을 먹기 위해서 기숙사 삼거리쪽으로 걸어가는데 빨리 가겠답시고 큰 길 말고 수의대쪽 길로 갔다. 사실 가고 나서야 거기가 수의대라는 걸 알긴 했는데... 옛날에 린이 눈수술하다 쇼크로 세상을 떠서 병원 아래의 조그만 계단으로 내려와 건물 뒤의 구석진 곳에 쪼그려앉아 기대고 담배 피면서 울던 때가 생각났다. 한참 동안 그 자리를 쳐다보았다. 4년전이구나. 그 때 논문 보내주겠다던 교수님은 보내셨을까 그 일이 있은 후 이사를 갔는데... 교수님 성함이 기억이 안 나네. 그 날 회사로 돌아갔을 때 잘 몰라서 그러는데 고양이는 장례식같은 걸 치르냐고 물어보던 M 실장님마저 그립다. 옛날 일을 생각할 때마다 많은 기억들은 죄다 미화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음악의 원리 수업은 오늘도 유익했다. 3시간 수업이라 1시에 시작해서 3시 30분쯤 끝나는데 오늘은 3시 좀 전에 끝나서 아쉬울 정도. 이 수업은 정말 듣고 있으면 시간이 1시간 지나가 있고 2시간 지나가 있고 그렇다. 오늘은 조성이 음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배웠는데 신기한 게 너무 많았다. 음악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던 중고딩 때는 악보 읽는 것도 싫고 이 노래는 대체 왜 여기서 플렛이랑 샵이 붙고 다음에 또 다르게 붙어서 무슨 조에서 무슨 조로 바뀐다는 걸 외워야 하는지, 플랫은 왜 파도솔레라미시로 붙는지 다장조(C maj)랑 가단조(A min)가 왜 같은 계이름인지 등등 이해는 안 되지만 시험 보려면 외워야 하는 것들이 참 많았는데 이 수업에선 그런 궁금증들이 해소된다. 수업 이름처럼 '원리'를 설명해주시는데 사실 어려운 것도 아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수업 들어보시길... 최근엔 킬러스 노래 따면서도 코드에서 으뜸음(tonic)을 찾고 딸림음(dominant: 지배음쪽이 느낌상 맞음)이 붙는데 끝나는 음이 tonic의 2도 위라서 완결이 덜 된 느낌을 주고... 뭐 이런 걸 알 수 있었다. 아 신기해! 이 수업 진짜 짱임!
항상 신공학관이나 포스코에서 귀가를 하다 보니 입구역으로 가는 셔틀 버스를 탈 일이 없었는데 이번 학기들어 오늘 처음으로 타보았다. 3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라 차도 안 밀리고 잘 가더라. 그런데 창밖에 헌혈의 집 안내판이 보여서 헌혈을 하러 갔다. 항상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갔는데 의외로 뭐 검사하면서 적는 항목이 많아서 신기했다. 보아하니 특정 약물을 투여한 경험이 있거나 발병 경험, 국외 여행 유무 등등 따지는 게 참 많았다. 그리고 손끝을 찔러서 특정 성분(아 기억이 안 나네)의 함유량 여부를 체크하던데 살짝 찌르니 피가 줄줄 나왔다. 체했을 때 하나 있으면 참 좋겠네 싶었다. 그런데 첨에 찌르는 둥 마는 둥 해서 두 번 했다는 거(첨엔 느낌도 거의 안 나긴 했지만)... 바늘로 찔렀는데 따끔했다, 게다가 채혈 중에도 계속 아픈 게 아닌가! 내가 의료 시술을 받을 일이 별로 없어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 별 생각이 다 드는데 오늘은 앞으로 살면서 이 이상의 신체적 고통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쐬질하면서 잠깐 힘든 거나 다음 날 근육통 따윈 아무 것도 아니니 으으. 헌혈 증서랑 해피머니상품권, 헌혈의집 3주년 기념 떡(...)을 받았다. 몸에서 400ml나 빠져나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목이 말라서 거기 있는 포도 주스를 종이컵 가득 두 잔이나 마셨다. 어라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한 400ml 되겠구나. 탁자에 초코파이가 많이 있던데 교정 장치 빼기는 싫어서 그냥 하나 챙겨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게토레이도 있던데 그것도 한 캔 챙겨올 걸 아... (구질구질한 남자)
오늘 아침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미뤄 놓은 만화책을 다 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이거저거 사 왔는데...
1. 제일 먼저 뜯은 건 천상천하였다. 이 작가 일을 이렇게 벌려 놓고 몇 권째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있는데... 장면이고 시나리오고 캐릭터고 허세는 있는대로 부리고 있는 게 좋지만은 않지만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 뭐 이런 느낌.
2. 요츠바랑 9권. 아놔 최고 ㅋㅋㅋㅋㅋㅋ 체조용 큰 공에 점프해서 한 바퀴 도는 부분(총 네 컷인데 두 컷만에 뿜었음)에서 진짜 크게 웃었음... 안 그래도 어제 크런치랑 레그 레이즈 열심히 해서 배 땡기는데 진짜 배 땡겨 죽는 줄. 게다가 건배 구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내 건배 구호는 레디 파이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 역시 호러 만화가는 어디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거 은근히 웃김... 고양이 안 기르는 사람들한테는 별로 안 웃길지도 모르겠는데 세상 다 잡아먹을 표정으로 하품하고 바로 귀여운 표정으로 앞발을 핥는 두 컷에서 대폭소. 몰랐는데 이런 식의 포인트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듯하다.
4. 어제 뭐 먹었어? 3권. 레시피 줄줄 설명하는 부분은 사실 지루하고 배만 고팠는데 어째 이번엔 보면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여건이 될 때 이야기지 지금 내 상황에서는 절대 무리. 게다가 여기 나오는 조리법들 은근히 다 고난이도란 말야... 요리 중간의 모습은 공들여 그리는데 칼질하는 손은 진짜 발로 그린 것 같은 컷들이 좀 웃겼음. 개그도 충실한데 그 와중에 갑자기 심각한 주제를 툭툭 던지는 것도 여전히 날이 서 있다. 사실 난 요시나가 후미 만화를 이맛에 본다.
5. 오오쿠 5권. 시간은 지나가고 마성의 쇼군도 나이를 먹었다. 어쨌건 재밌었다. 최근작들을 봤을 때 이 작가가 단순히 게이 만화 그리는 요리 덕후라고 단순화하기 쉬운데 이걸 보면 꽤 깊이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사실 시대물 덕후라는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된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6.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 18권. 간만에 재밌었음. 특히 중간에 순정만화풍으로 그림이 확 바뀌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만화를 통해 다양한 차원의 개그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이번엔 재밌었으니 ㅋㅋㅋ
딸기마시마로 5, 6이랑 환영 박람회랑 3월의 라이온 봐야 되는데 아아...
헌혈도 했겠다, 만화책을 사고 나와서 단백질을 섭취해야겠다 싶어서 유타로에서 차슈면을 먹기로 했다(비율로 따지면 탄수화물이랑 지방이 일반식에 비해 훨씬 더 많겠지만). 그런데 정류소에 붙어 있는 모든 버스가 세 번씩 지나갈 동안 기다리는 버스가 안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집에나 가야겠다 싶어서 다른 버스를 탔는데 생각해 보니 그 버스가 가게 근처까지 가는 거였다. 어쨌든 챠슈면 먹고 면 추가도 시켜서 국물까지 시원하게 아주 잘 먹었다. 혼자 앉은 테이블에 빈 그릇 두 개가 덜렁... 이 가게는 면을 추가하면 국물에 같이 나오는데 여튼 엄청 많이 먹었다.
사실 내일 휴일이고 조금 홀가분할 수도 있었는데 프로젝트 수업 관련해서 문제가 생겨서 목요일에 회사랑 미팅이 생겼다.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부담도 많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이 조금 무겁다. 기말 끝날 때까지 맘 편할 수가 없구나... 컴씨 가면 술 먹고 떠들고 놀아야지 으. 그래도 간만에 장문으로 주절주절주절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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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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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kwak 10/05/05 02:12 R X
교수님의 눈빛은 마치 소년과 같이 투명하게 빛났고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다....(숨겨왔던 나의 ~)
야 신난다!
근데 천상천하 아직도 연재하고 있는거임? 9년전 고딩때 본 기억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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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5/06 00: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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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리가 나올 줄 알았지 ㅋㅋㅋㅋ
ㅇㅇ 천상천하 아직 나오고 있는데 이제 거의 끝날 분위기... 현재 20권까지 나왔음. 작가가 이것만 연재하는 게 아니라 에어기어인가 그거랑 같이 연재하고 있을 듯... 속도가 좀 느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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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iz 10/05/05 02:42 R X
레디~ 파이트~ 언제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해봅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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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5/06 00: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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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면서 건배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형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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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iea 10/05/05 02:58 R X
우왕 더쿠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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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5/06 00: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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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맨날 하는 소리가 이거밖에 없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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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ing 10/05/05 12:04 R X
아 만화책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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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5/06 00:14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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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내서 보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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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 10/05/05 14:56 R X
ㅎㅂ님은 히밤, ㄱㅅ님은 개쉑으로 읽게 된 게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특히 'ㄱㅅ이'라고 적어 놔서 당연스럽게 '개쉑이'라고 읽어 버렸음-_-;
음악의 원리 정말 듣고 싶네...군대에서 선임이 발췌복사해 놨던 영어책 보면서 대충 몇 가지 깨닫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데...내용 잊어버린 건 그렇다 쳐도 그 자료를 잃어버려서 안타깝다;; 기억을 더듬어서 검색해 본 결과 그 책 제목이 The Complete Idiot?'s Guide to Music Composition이었던 거 같은데 중도에 없네;; 어쨌든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읽어봐라 양키말이라고 어렵지도 않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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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10/05/06 00:15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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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는 건 너의 사고방식이 문제겠지 난 쓰면서 그런 생각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
여튼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꼭 들어보셈... 너 졸업은 안 했지?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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