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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중요성
단상 | 05/10/28 00:25
요즘 하는 거라고는 회사 일밖에 없는지라 무슨 생각을 해도 꼭 회사 관련 생각들 뿐이다.

만들고 있는 게임의 기획이 부족해서 계속 수정을 거쳐왔다고 알고 있다. 디자이너분께서도 제대로 된 기획안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이 그냥 구두로 "대충 이런 느낌으로"라는 말을 단서로 삼아 작업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게임은 이것저것 추가되고 있다.

내가 봐도 추가된 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원래 있던 프로그램에서 어떤 기능이나 루틴을 추가하려고 하면 거기에 따르는 부담이나 위험이 크다. 기존의 코드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지(폰 게임은 용량 제한 때문에 코드 사이즈가 커지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루틴들과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지, 매끄럽게 추가가 되는지의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 한 설계가 훌륭하다면, 어느 정도의 추가나 수정 등은 쉽고 깔끔하게 끝날 것이다. 하지만 처음 설계 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추가된다거나, 라이브러리 수준까지 근접한 밑바닥의 루틴을 다시 들어내어 수술을 한다든지 하면 그 때부터 프로그램은 누더기가 된다. 언제 어디서 바람이 샐지 모르고 찢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물건이 된다. 이것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다. 가능하다면 다시 설계를 하는 편이 좋겠지만 회사 일은 항상 '시간 제한'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때문에 메인 코더는 기획이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치기 쉬운 부분이야 커피 마시면서 금방 해치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기반을 들어내고, 이것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검증을 해야 하는데 이것으로 며칠을 보낸다(작은 프로그램이었기에 이 정도이지 큰 프로그램이라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위에서는 "왜 뭔가 추가를 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냐, 프로그램 설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 다른 방법을 써 보는 건 어떠냐"라고 말을 하지만 이 메인 코더는 죄가 없다. 부족한(혹은 잘못된) 설계도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손노리의 포가튼 사가도 이와 같은 길을 걷지 않았나 싶다.

비단 프로그램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집을 짓거나 차를 만들거나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획, 계획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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