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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6
일기 | 10/05/16 23:12
금요일에 느지막히 일어났는데 모든 것이 귀찮은 하루가 될 것같은 예감이 엄습해왔다. 그렇게 나는 본능에 충실히 만화책을 읽고 있었으나 '주어진 일을 완수했다는 충실감과 귀찮음은 항상 같이 붙어다닌다'라는 구절을 듣고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서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갔다 오니 또 귀찮은 거였다. 그렇게 별로 한 것도 없이 토요일이 되었다.

일어나서 학교로 가는데 고속도로는 왜 그리 막히는지. 위에서 OS 프로젝트를 하다가 서울대입구에서 고기 파티가 있다길래 급히 마무리를 짓고 그리로 갔다. 고기 먹고 유유백서 가서 병맥주 마시고 또 자리를 옮겨서 새벽 4시까지 마시고 떠들고 놀았다. 예전에는 서로 자주 볼 수 있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한 번 만나면 기약이 없기 때문에(사실 만나려면 얼마든지 만날 수야 있겠지만...) 기회가 될 때 그냥 끝까지 놀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오래 노는 게 아닌가 싶었다.

요즘은 '뭐가 하고 싶다'라는 말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기 싫다'라는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항상 경계를 하고 있다. 사람이 언제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즐거이 살 수는 없으므로 정말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 헷갈리면 굉장히 슬픈 일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무슨 좋은 수가 있는 것도 아니긴 한데...

며칠 전부터 집 앞 국수집에서 콩국수를 개시했다고 그러길래 오늘 오래간만에 먹으러 갔는데 양을 엄청나게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맛나게 먹고 거의 다 먹은 시점에서 주인 분께서 이번 달 말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혹시 다른 곳으로 가시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긴다고 그러시는 것이었다. 혼자 살면서 지금까지 집 근처에 자주 먹으러 가는 식당이면서 맛도 좋은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는데 이래저래 아쉬웠다. 여기 야채 장아찌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는데.

난 내가 안경에 약하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 드디어 한 가지를 더 확신할 수 있었는데 분홍색에도 약한 것 같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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