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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일기 | 10/05/25 01:30
월요일에 오토마타 시험이 있었던 관계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성남시 분당 도서관이란 곳으로 가 보았다. 토요일에 갔을 때는 오후 4시쯤이었고 대기 인원이 5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요일에 2시쯤 도착했을 때는 대기 인원이 60명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하고 지하 식당으로 가서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어제 필기하면서 공부한 걸 보고 있었는데 멀리 대기 번호가 전광판에 뜨는 게 보였다. 토요일에 와서 '대체 왜 식당에 전광판이 있는 거지' 싶었는데 지하 식당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달아 놓았구나 싶었다. 이 동네는 참 주민들 편의를 잘 챙겨준다고 해야할지 민원이 극성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것들이 많은데 지하 식당의 대기 번호 전광판 또한 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토요일에 5명 기다리는데 10분이 걸려서 60명 기다리는데는 2시간 걸리나 싶었는데 의외로 30분이 지나니 내 차례가 돌아왔다. 자리가 난 곳 또한 창가를 등진 곳이고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명당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내 주위 5칸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자리가 비진 않았을텐데 아마도 가방 던져 놓고 딴 데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많았나 보다. 그러고 보니 옆에 잠시 앉아 있던 아저씨는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고 계시던데 이 동네 선생님이신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익 공부를 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두꺼운 회계 책을 독서대에 펼쳐 놓고 읽는 사람도 있었고 대체 공부를 하러 온 건지 연애를 하러 온 건지 모를 커플도 있었고 엎드려 잠만 자는 사람도 있었다. 한 번은 학부모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한참을 두리번거리시다 나갔는데 나중에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쯤 보니 공중전화로 화를 내시는 걸 봤다. 아이가 도서관 간다고 해 놓고 딴 데 놀러라도 갔나보다.

오토마타 시험은... 뭐 그래 언제나 그렇듯 공부한만큼만 아는 거고 아는만큼만 푸는 거다. 첫 문제를 못 풀면 이어지는 문제들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날린 건 누가 봐도 가슴 아플 일이고 애살많은(표준어 아닐 듯) 사람이라면 땅을 치고 한 몇 시간, 길게는 며칠 씩씩거릴 일이지만 난 그렇지 않으니까 그냥 운동을 하러 갔다. 점수 뜨면 또 침울할 거면서, 최종 학점 나오면 또 씩씩거릴거면서 뭐하러 피곤하게. 난 내가 좋아하는 거 아니면 별로 아쉬울 게 없는데 이렇게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릴 때 많이 들었지만 그게 참 그리 안 됩디다. 길게 쓰다 보니 말하고 싶은 게 흐트러지는데 오늘 오토마타 시험 아는만큼 봤고, 난 전부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고, 아무 생각없다, 뭐 그렇습니다.

자료구조 assignment 3개가 1주일 간격의 마감을 가지고 나온데다 마지막 것이 시험 폭풍인 주의 금요일까지의 기한을 가지고 있어서 이번 2주 안으로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알고리즘 세 번째 homework와 다음 주 수요일 마감인 OS 프로젝트, 기말 시험 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음악의 원리 보고서도 다음 주 주말까지 완료를 해야한다.
그래서 오늘 방과 후(?)에 실습실에 앉아서 자료구조 assignment를 보고 어떻게 풀면 좋을까 열심히 고민을 해 봤는데 문제가 조금씩 풀리긴 하더라. 코드로 옮기는 것도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이번 학기 자료구조를 들으면서 참 얻은 게 많다. 왜 예전엔 이런 재미를 못 느꼈는지 잘 모르겠지만 손으로 써서 제출하는 homework도 문제 푸는 게 꽤 재밌다. 무엇보다 구글해서 답을 찾을 수 없는 형태이면서 난이도도 '크게' 어렵지 않은(고민은 좀 해야한다) 문제가 계속 등장하는데 덕분에 알게 모르게 전공 과목 수강 여러군데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이번 assignment만 좀 없었어도 이리 살인적인 스케쥴이 되진 않았을텐데... 덕분에 오늘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음악의 원리 강의 필기 한 걸 열심히 읽었다.

시험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간 주말에 이어 지나가니 정말 별 볼일 없는 이벤트였던 시험과 잠시 동안 찾아온 긴장감의 풀어짐, 그리고 다시 트랙으로 올라섬이 이어진 하루였다. 일찍 자려 했지만 별 이유도 없이 머리가 복잡해지는 그런 밤이 찾아왔다. 확실한 건 잠을 자고 일어나면 바위산같은 골치덩이가 조약돌만하게 느껴질 때나 죽을 듯한 괴로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때가 많다는 거다. 시간의 흐름과 잠은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뭐 그렇다고해서 그저 손 놓고 있는 자에게도 그런 해결을 안겨다주는 건 아니지만.

난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여기에 이렇게 두드리고 있다 보면 확실히 적은 건 아닌 것 같다. 예전처럼 거의 매일은 아니지만 최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쓰는 이 행위가 생각을 토해냄으로서 다시 한 번 곰씹어볼 수도 있고 단순한 배설로의 해소로 이어질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좋은 것 같다. 입으로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머리 속의 생각(설령 별 의미가 없을지라도)을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행위 자체를 꾸준히 한다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또 연습이다. 사실 더 잘 하고 싶으면 남이 하는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줄 터인데... 전공 서적이나 기술서 말고도 사 놓고 읽지 못한 많은 문학 작품이나 교양 서적 또한 읽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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