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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der vintage 타입 헤드머신 줄 갈기
단상 | 08/10/12 04:12
요새 맨날 기타 이야기만 해대서 관심 없는 분들께서는 굉장히 재미없을 걸 알지만 그래도 씁니다.


나에게는 두 대의 Fender Stratocaster가 있다.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바디/넥으로 된 커스텀이고 다른 하나 역시 최근에 만들어졌지만 62 vintage reissue 모델이라서 외관은 62년에 생산된 것과 똑같다(물론 미세하게 차이는 있다).

이 두 기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차이점 중 하나는 헤드머신인데, 일단 살펴보도록 하자.


아... 기타 지칭하기가 너무 힘들다. 처음 샀던 현대식 스트랫을 A, 나중에 산 빈티지 타입을 B라고 하겠다. 왼쪽이 B고 오른쪽이 A다. 생긴 게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A는 좀 튼튼해 보이고 B는 촌스럽게 보인다. 외관상의 차이는 이정도인데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왼쪽이 B고 오른쪽이 A다. 잘 보면 A는 윗부분이 막혀 있는데 B는 일자 홈이 파여 있고 가운데 구멍이 뚫려서 줄이 들어가 있다. 다른 종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대에 생산되는 기타들은 전부 A와 같은 모양의 헤드머신을 채택하고 있다.

두 헤드머신은 줄을 감는 방식이 다르다. A는 일단 저 원통 모양의 지지대 중간에 나 있는 구멍으로 줄을 넣고 적당한 여유(나는 보통 12cm 정도)에서 구부린 다음 잘 고정시켜서 감는다. 감고 나면 아래 사진처럼 되기 때문에 나중에 펜치로 잘라줘야한다. 물론 자르지 않고 그냥 쓰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안 자르면 아래와 같이 된다.


반면 B는 먼저 줄의 여유를 두고 자른 후에 사진에 보이는 구멍에 넣고 구부려서 고정시킨 다음 줄을 감아야 한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했지만 줄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었을 뿐더러 치면 칠 수록 손이 이상해지는 느낌마저 들었기 때문에 줄을 새로 갈기 전까지는 아쉽지만 기타에 손을 대지 않기로 작정하고 주문한 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줄이 온 날, 레이드가 끝나고 당장 줄부터 갈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번개같은 속도로 줄을 다 풀어버린 다음 핑거보드와 프렛 사이사이를 열심히 닦으며 청소를 한 다음 줄을 끼우려고 했다. 사실 난 이 때서야 헤드머신 종류가 다름을 깨달았다. 펜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도저히 줄을 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가위로 줄을 잘라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봤자 제일 가는 1번 줄, 운 좋으면 3번 줄까지 잘리겠지만 1번 줄은 원래 거의 자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헤드머신과 브릿지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냥 포기했다. 방을 데굴데굴 구르다 그냥 A 타입처럼 줄을 감아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여기까진 다 좋았는데... 문제는 A 타입은 위가 막혀서 줄이 풀릴 일이 없지만 B 타입은 위가 그냥 개방되어 있어서 줄을 조금만 위쪽으로 들거나 하면 바로 줄이 풀려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에이 조심해서 쓰면 되겠지' 했는데 그냥 툭 치니 줄이 파바박 풀려버리는 걸 보고 이 방식으로는 절대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집 근처 모님께 조공을 바치고 펜치를 얻어와서 겨우 줄을 갈 수 있었다. 그 때가 대략 새벽 x시(...)

내가 가지고 있는 레스폴과 텔레캐스터 또한 A 타입의 헤드머신이었는데 줄을 교체하고 나면 최소 3일~1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튜닝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는데 신기한 건 이 빈티지 타입의 헤드머신은 줄 갈고 나서 거의 곧바로 튜닝이 고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멍에 넣은 후에 큰 각도로 휘기 때문일까? 사실 A 타입의 헤드머신들은 줄 교체 후 자리를 잡기 전까지 줄이 조금씩 밖으로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줄이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느 악기가 그렇듯이 기타 또한 음정 조절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새들을 1mm만 움직여도 음이 엄청 떨어지거나 높아지거나 한다. 때문에 줄이 밖으로 조금씩 나오면 그만큼 헐거워진다는 뜻이고 음이 낮아지게 된다. A 타입에서는 줄 교체 후 1주일 간 그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튜너로 조정을 해줘야 한다.

어쩌면 그냥 009 세트와 010 세트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 숫자는 가장 가는 1번 줄의 지름을 의미하는데 009는 0.009 inch, 010은 0.01(0) inch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009 세트를 사용했는데 요즘은 기타를 사면 보통 009로 세팅해서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것이 009였고, 010보단 009가 연주하기 편하다고 해서 계속 009만을 사용해 왔었는데 저 A 기타(...)를 구입하고 난 후에 확실히 깨달았다. 010의 장력이 훨씬 세서 코드(특히 바레 코드)를 짚기도 벤딩하기도 훨씬 힘들지만 그만큼 힘있는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집에 009 세트가 있었지만 B 기타(...)의 줄을 바로 갈지 않고 010을 주문해서 갈았던 것이다. 그래서 010이 아무래도 009보다 줄이 덜 늘어나서 튜닝이 잘 맞는 거라면 위에 쓴 소리는 다 뻘소리 -.-

아무튼 줄 갈고 나니 신세계가 펼쳐짐
우왕굿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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