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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좀 더
단상 | 10/12/12 00:47
요즘 서울 메트로는 이용자 수기같은 걸 받아서 그걸로 광고를 하는 듯하다. 컨셉은 어려운 시대에 열심히 살아가는 개개인의 모습. 서울 메트로가 그들을 지지한다는 건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힘을 내라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2호선 문엔 대부분 그 광고가 붙어 있었다. 그 종류도 꽤 자주 바뀌는 듯 싶다. 오늘 본 광고는 이번 여름에 온 태풍 때 어떤 아주머니가 겪은 이야기인 듯 했다. 엄청난 태풍 속에 등교가 늦춰지고 있다는 뉴스를 전해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떤 초등학교의 배식 업무를 하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등교는 늦춰질지 몰라도 자신은 늦게 갈 수 없다며 태풍의 피해 현장을 뚫고 출근을 하여 아이들에게 배식을 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9월 초, 곤파스라는 엄청난 태풍이 중부 지방을 말 그대로 '강타' 했다. 우리 나라는 태풍이 남부 지방은 많이 쓸고 지나가지만 중부 지방으로 이렇게 강력한 태풍이 올라온 일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블로그에도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지만 그 때 학교 꼴은 정말 가관이었다. 학교 입구부터 시작해서 올라가는 길목마다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고 뿌리채 뽑힌 나무들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한 며칠간 그 피해 현장을 복구한다고 여러 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분당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사이사이마다 나무들이 뽑힌 채 쓰러져 길을 막고 있었고 나무가 도로까지 굴러나와 있기도 했다. 그 날 아침 동네의 어떤 사람은 출근을 시도하다가 쓰러진 가로수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태풍으로 길이 모두 파뒤집히고 있는 동안에도 출근만은 해야한다는 관념이 사람들에게 자리잡혀버렸다. 어느 나라는 눈이 1cm만 쌓여도 휴교를 하니 어쩌니 호들갑이라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때는 출근을 늦게 할 수도 있고 학교를 안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날도 왜 늦었냐며 부하 직원에게 호통을 치고 있는 광경은 어딘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학교에서 밤을 새면 사람들은 더러 '코카스'라는 음료를 사 마시곤 했다. 박카스같은 유리병에 들어있었는데 맛도 효과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리고 코카스는 내가 학교를 떠나 있던 동안에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 학기에 '왜 요즘은 코카스가 없냐'는 농을 친구와 했는데, 며칠 전에 학교 매점에서 코카스를 발견했다. 그 이름은 코카스 엑스였고 그 위엔 '익스트림 에너지'라고 적혀 있었다. 대 놓고 각성제라고 쓰여져 있는 모습이 씁쓰름했다. 경쟁 상품 또한 있었는데 '풀 스로틀 에너지샷'이다. 이름마저 살벌하다. 실습실 공부방에 가 보니 후배들이 자리마다 그 음료들의 빈 통을 하나씩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있었다.

땅이 뒤집혀도 일터는 가야 하며 외부 자극으로 몸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과업을 완수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너무 가혹하다. 한계에 다다른 듯한 느낌도 드는데 그 선에 들어서는 순간 어떤 모습이 될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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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i 10/12/12 13:37 R X
헐 얼마전에 회사에서 코카스 보고 ㅋㅋㅋ 했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사라졌다니... ㅠㅠ
bassist. 10/12/14 02:10 X
헐 역시 ㅅㅅ
...
하지만 코카스 엑스가 있어요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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