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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 단편집
책 | 11/01/24 01:10

이 단편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병신같다. 정확히는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잉여인간의 만기는 개인적으로 제외하고 싶지만). 병자病者가 아니라 병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을 생각할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가 있는 누이를 타박하며 생활을 유지하거나, 직업도 재산도 당시의 남자로서 갖춰야 할 것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자가 주변인들에게 허세를 부리는 것이 고작 하루 일과인 사람, 진학은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채 술집 작부에게 돈을 타 쓰거나 몸을 팔아 돈을 벌어오는 아내를 때리며 사업 밑천이 필요하다며 협박하는 남편... 정말 말그대로 모든 남자들이 병신같이 나온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처지나 직업에 관계없이 강한 심지와 억센 생활력, 삶에 대한 의지들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쟁 후라는 척박한 환경과 여전히 심각한 남녀 불평등이 존재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전쟁, 가난, 억압...
가장 회자되는 작품 '잉여인간'의 '잉여'는 요즘 누구나 쓰는 단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갑갑하며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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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11/01/25 18:48 R X
저도 요새는 제가 존나 병신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bassist. 11/01/27 23:12 X
병신인 것까진 그렇다고 칠 수 있어도 계속 그 상태면 좀 곤란하겠지
내가 할 소린가 싶다만 -_- ;
Dep 11/01/26 13:24 R X
그 중에서도 '신의 희작'은 작가 본인을 잉여병신으로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어서 더욱 잉병스럽지. 작가 부인에게 '남편이 성도착증 환자라서 어떡한대요?'라고 걱정하는 독자들도 있었다고 할 정도이니-_-; (실제로 소설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함)

하지만 손창섭이 좀 더 대단한 이유는 단순히 소설에 나오는 잉병들을 욕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는 듯...문학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정확한 설명은 못하겠지만...그냥 '남자들 병신, 여자들(+만기) 좀 짱인듯'에서 그쳤다면 이정도 맛은 안 나겠지. 전후(戰後)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리얼리즘이라고 해야 하나...

에이, 그냥 이해하기 쉽게 한 가지 질문만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던지자면,
"넌 얼마나 잘났는데?"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면서 읽자면 손창섭이 더더욱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bassist. 11/01/27 23:14 X
극단적인 리얼리즘! 뭐 어찌 손 써볼 수 없는 육중한 현실 그 자체!

그나저나 맨 마지막 문장의 맺음 '것이었다' ......
역시 너의 센스는 최고다!
아릉 11/01/27 10:24 R X
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갑갑하며 질적으로 다른 존재군 'ㅅ' 훗
bassist. 11/01/27 23:14 X
목성인을 인간과 비교할 수는 없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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