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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8일 _해당되는 글 1건
06/03/28   필름 스캔을 몇 번 해 보고 느낀 점 (16)

필름 스캔을 몇 번 해 보고 느낀 점
단상 | 06/03/28 23:36
필름 스캐너를 산 후에 지금까지 찍은 수백장의 필름 사진들을 한장씩 보면서 뭘 스캔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며칠 간 가졌다. 예전에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사진들을 보면 지금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그렇게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침울해졌다. 나는 예전처럼 사물에 관심이 있지도 않고, 넓게 볼 수도 없으며 가까이 다가가서 파인더를 들여댈 용기조차 남아있지 않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갓 서울에 올라온 나는 모든 것이 생소했고 생소했던 그 모든 것들을 관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 때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주변 모습에 무관심한 것도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제부터는 좀 테크니컬(?)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Fuji Reala 필름은 스캔을 뜨니 뛰어난 계조와 부드러운 색감을 보여줬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이 뛰어난 필름을 제대로 인화할 수 있었던 곳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Fuji FDI조차도 -_- ; 그리고 내가 제일 들고 다니면서 고생했던 Canon Canonflex RM. 이 카메라는 캐논 최초의 SLR인데, 바디가 전부 쇳덩어리이고(Nikon FM2보다 튼튼할 걸 ?) 심지어 노출계마저 고장나 있었기 때문에 찍으면서도 참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카메라였다. 웃긴 건, 지금 내가 스캔한 몇 장의 사진들 중에서 Canonflex로 찍은 사진들이 제일 괜찮다는 것이다. 노출계가 고장나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최대한 노출을 잘 맞출 수 있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들... 무거운 바디를 들고 노출계와 초점을 맞추며(AF 그런 거 없다)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 낀 스크린을 보며 셔터를 눌렀을 그 당시에 나는 가장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D70s로 사진을 찍으며 어버버하고 있었던 것은 자동에 너무 의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A모드로 조리개만 적당히 맞춰가며 셔터 스피드가 안 나오면 ISO를 올리고 사진이 잘 나오지 않으면 또 찍으면 되고... 고민하지 않고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다.

다시 Canonflex를 만지고 싶지만 현재 그건 집으로 내려가 있다. 내가 한창 사진과 카메라에 미쳐 있을 때 집에 있던 모든 카메라를 들고 올라와 버려서 집에서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가장 애물단지였던 그걸 내려보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카메라가 나를 가장 도와주었던 건 아닌지. initial D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86은 드라이버를 키우는 차라고 하지 않던가 !
...

자동의 편함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몇몇 유명한 갤러리들을 보면 빠르고 신속하고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DSLR로도 잘 찍는 사람들 참 많다. 하지만 나에게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편함에 익숙해져서 고민하는 방법을 망각했다는 편이 맞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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