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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2일 _해당되는 글 1건
08/09/12   Epiphone Les Paul Custom 새들(saddle) 갈기 (16)

Epiphone Les Paul Custom 새들(saddle) 갈기
일기 | 08/09/12 02:01
며칠 전에 위니랑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에 위니가 에피폰 동호회에서 스크랩한 자료를 보내줬다. 한참을 읽는데 '새들을 간다'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 것이었다. '새들이 대체 무슨 부분이지?'라는 의문과 함께 '그걸 교체하면 정말로 서스테인이 길어지나?'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새들은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사진에서 동그라미 안의 부품이다. 실제 스트링과 닿는 부분이며 딱 저 점까지만 진동을 한다. 새들을 받치고 있는 것을 브릿지라고 하며, 스트링 끝부분을 고정하고 있는 것은 브릿지 뒤쪽의 테일피스라는 부분이다. 물론 레스폴형 기타에만 해당된다.

'갈다'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 봤는데 '날카롭게 날을 세우거나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하여 다른 물건에 대고 문지르다(grind)'의 뜻이 '이미 있는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change)'의 의미보다 먼저 나온다. 그렇다. 교체가 아니라 말그대로 갈아마셔버리는 것이다.

그럼 서스테인은 뭔가? 피킹을 하고 나서 음이 길게 지속되는 걸 의미한다. 원래 레스폴이 서스테인 죽여주기로 유명하다. 그 울림의 비밀은 물에도 가라앉는다는 무거운 마호가니로 된 바디인데... 여튼 뭐 그렇고. 근데 문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에피폰 레스폴은 그 서스테인이 정말 지랄같았다는데 있었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세로축이 소리의 크기라고 하고, 가로 축이 시간의 흐름이라고 하자.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진짜 Gibson은 저렇다. 근데 내 꺼는... 피킹 후 한 1.5초 후에 갑자기 소리가 확 줄어버리면서 미약한 소리를 유지한다. 이거 진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여튼, 위니가 준 스크랩 자료를 토대로 이것저것 알아본 후에 나의 더러운 욕망을 충족시켜줄 연장을 구입했다.

왼쪽은 중국산(굵은 줄), 오른쪽은 한국산(가는 줄), 바닥은 무려 100짜리 사포다. 뭐 여튼 이걸 사가지고...


스트링을 풀어서 브릿지 옆으로 다 내려버리고 저 상태에서 갈기를 시도했는데 몇 번 슥슥해 보니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걸 깨닫고 브릿지를 바디에서 분리했다. 박스 위에 신문지를 펴 놓고 큰 줄로 갈기 시작했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가는 건 불가능한데다 그런 짓을 했다간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없으므로 하나씩 갈았다.

위 사진처럼 하나씩 갈면 된다.

행여나 안쪽 새들을 갈다가 바깥쪽 새들이 갈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할 수도있는데, 새들이 얹혀져 있는 부분을 잘 살펴 보면 중간이 살짝 불룩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잘 없다. 그러니까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라.

이거 가는데 쇳가루가 날리니까 선풍기를 틀 수도 없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하는 것도 아니라서 허리도 구부정한 상태로 오랜 시간을 있으니 힘들기도 하고 브릿지 잡고 있는 왼손 다칠까봐 걱정도 되고 게다가 소리는 또 어찌나 시끄럽고 신경을 자극하는지, 그냥 시끄럽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온몸에 소름이 오싹오싹 돋는 게 아주 그냥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럽게 안 갈린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우왕 두 개를 갈아써
하지만 나머지 4개는 언제 다 갈 수 있는가

갈 때 주의할 점은, 조금씩 갈면서 제대로 갈리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갈리고 있진 않은지 계속 체크를 해야 한다.

위 사진처럼 옆도 봐야 하고
이렇게 뒤집어서 수평 확인도 해야 한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은, 위 사진처럼 브릿지가 테일피스를 향하고 있는 면을 봐야 쉽게 수평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롤을 올려서 다른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반대편은 곡면이 져 있어서 수평 확인이 힘들다.

자 이제 더러운 V홈을 다 갈아버렸으면, 경사면을 다시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도 꽤 큰 일이다. 나는 이 작업을 작은 줄로 했다.

하나 남기고 경사면을 다 만든 모습

나사를 풀어서 새들을 완전히 빼지는 않았다. 처음에 가장자리 새들을 간 후에 안쪽 새들을 갈 수 없으면 안쪽 새들 나사를 돌려서 바깥으로 좀 밀고, 가장자리 새들을 밖으로 빼서 갈면 된다. 이 때 반드시 사진으로 새들의 위치를 기록하도록 하자. 안 그러면 나중에 피치 맞추느라 삽질하게 된다. 처음에 V홈을 밀어버릴 때도 나사가 조금씩 돌면서 새들의 위치가 틀어질 수 있으니 처음에 사진을 남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 사실 나도 사진 안 찍었으면 큰일날 뻔했지 휴...

그리고 새들을 갈아낸 후에 1번줄이 잘 끊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1번줄이 걸리는 부분은 아주 살짝 홈을 남기고 날카로운 부분을 가는 줄로 아주 살짝 갈아줬다. 어제 November Rain 솔로 친다고 벤딩을 꽤 많이 했는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이제 다 끝났다. 브릿지를 얹고 V홈이 파져서 줄이 내려간만큼 브릿지를 들어올려서 세팅을 한 다음(매우 중요!) 줄을 감고 튜닝을 했다. 대략 1시간 넘게 고생을 했는데 정말 이런다고 소리가 달라지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나는 기타를 앰프에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다...

네, 달라집니다. 이건 진짜 킹임...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단, 내가 잘못 갈아서인지 서스테인이 무식하게 길어지진 않는다(사실 스크랩 자료에서도 서스테인이 엄청 길어진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대신에 갑자기 소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사라졌고 자연스러운 fade-out이 되었다. 피킹 후에도 소리가 일정 시간 이상 유지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줄어든다. 이 때문인지 그냥 피킹은 물론이거니와 코드를 잡고 스트로크를 해서 여러 음을 내도 소리가 굉장히 풍부한 느낌을 준다. 이건 절대 플라시보 효과가 아님을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얼마나 감동먹었냐면, 피킹을 하고 좀 길게 음을 놔둔 후 다음 음을 쳐야 하는데 지금 소리가 나고 있는 서스테인을 뮤트하기 싫을 정도였다(...) 공구값이랑 1시간 투자해서 몇 십만원을 번 느낌이 들었다.

저가형 레스폴을 가지고 있는 여러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단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only for epiphone이니 다른 메이커들은 장담 못합니다.

자 이제 브릿지랑 테일피스 갈고(새들은 그냥 갈아버린 에피폰 걸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한다 - 물론 소리가 달라짐에 따른 취향 차이) 배선만 바꾸면 나도 깁슨 간지인가?

그럴 리가 없지...


여튼 재밌었고 지금도 감동적이다 우와아앙

그리고 배경의 신문지 내용은 신경쓰지 마세요 저 무교임...
마침 귀가하던 때 우편 보관함에 전단지가 있길래 그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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