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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5
일기 | 10/12/06 00:36
몇 개월 전부터 만나자고 이야기했던 친구를 마침내 -_- 만났다(한 달에 쉬는 날이 이틀 정도밖에 없는 바쁜 인사다). 뭘 먹어도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만날 경우 제일 난감한 건 어딜 갈까를 정하는 것인데, 고기를 먹어도 좋고 밥을 먹어도 되고 술은 먹어야겠고 해서 그냥 술집에 가서 튀김같은 걸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6시부터 술집에 들어가니 손님이 있을 리가 만무했고 흘러 나오는 배경음악은 조금은 소리가 크다고 느껴졌다. 첫 손님이라 그런지 안주도 엄청 늦게 나왔다. 그래도 맛있으니 다행이었달까.

근황부터 시작해서 시덥잖은 이야기(이런 이야기는 중요하다), 고민 거리 등등 참 많은 이야길 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또 깨닫는 점이라든지 끙끙 혼자 끌어안고 있던 것들에 대한 혜안과 위로를 얻게 된다. 예전엔 참 생각없이 막 살았는데 어느 날 이후로 예전보다 생각도 많아지고 기준점(막연하게 타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내가 삽질해서 세울 수 있는)을 찾기 위해 책도 뒤지고 다른 사람 말도 열심히 들어 보고 그러니 예전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한층 더 귀하게 느껴진다. 예전엔 그래도 별로 아쉬울 것 같지 않았는데 이젠 없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1차도 술집, 2차도 술집이었지만 10시 30분쯤 자리를 나왔다. 그는 매우 바쁜 인사이고 나도 내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하니까. 헤어지고 나서 마트에 가서 캔커피와 과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요즘 항상 옥상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내려오는데 5년 전 원룸에 살 때 옥상에 올라갔던 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분당 집에선 옥상을 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 땐 또 뭐 회사 옥상이 있었으니까. 하루에 한 번 정도는 혼자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마침 에릭 존슨의 맨하탄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내 눈 앞의 풍경은 정지된 녹두의 불빛들... ㅋㅋㅋ

그렇게 살짝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집에 들어와 평소와는 다르게 고양이들이 심드렁해질 때까지 배 긁어주고 부비부비 해 주고 쓰다듬쓰다듬 해 줬다. 매사에 무뚝뚝하게 보였던 아버지가 간혹 술 드시고 들어와서 나랑 동생이랑 놀아줬던(당신이 그렇게 하고 싶으셨던 것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거랑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떠리. 일요일 밤이지만 새러레이 나잇을 듣기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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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hn 10/12/06 10:55 R X
우리도 한 번 봐야지? ㅎㅎ
bassist. 10/12/08 04:09 X
앗 바쁘신 ㅅㅅ맨(...)
그런데 저도 연초까지 이거저거 정신없을 듯 합니다 지난 번에 써 놓은 다짐도 올해엔 실현이 힘들 듯한 상황이네요 엉엉엉 orz
Dep 10/12/08 17:42 R X
ㅋㅋㅋ 출국 전 마지막 공연 잘하고 영국 프랑스 투어도 성황리에 마치길 빈다. 네놈이야말로 바쁜 도시남자로군...
bassist. 10/12/10 03:17 X
내가 바쁜 건 다 내가 일을 벌려서 그렇다 ㅋㅋㅋ
어쨌거나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겠다!
withonion 10/12/09 01:33 R X
맨하탄 높은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서 가만히 사방을 둘러봤는데말야,
조용히 사색을 즐기기엔 엄청난 바람때문에 좀처럼 신경을 가만히 놓아둘 수가 없더라.
...
bassist. 10/12/10 03:18 X
아 내가 생각한 그 노래의 이미지는 차로 조용히 거리를 지나가면서 네온사인같은 것들을 보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빌딩 꼭대기는 헬일 것 같군 ㅋㅋㅋ
withonion 10/12/11 03:47 X
그게 차도 몰아봤는데, 뉴욕 보행자들 무단횡단 대박
어우... 누가 맨하튼 차타고 다니며 낭만 즐기고 싶다면 그냥 테헤란로 차타고 돌아다니라고 말하고 다닌다ㅋㅋ
bassist. 10/12/11 23:49 X
헐 ㅋㅋㅋ 맨하탄의 진실은 그런 것이었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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