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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9
일기 | 09/12/30 03:56
의무방어전에 임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내일이 합주인데 G Am C D 코드로 이상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녹음하는 쌩전 안 하던 짓을 하면서 나의 게으름을 책망하고 있다
옛날에 한 것도 들어봤는데 손발 오그라드는 건 여전하다
여러분들도 심심하면 자신의 옛 창작물(일기도 좋음)을 한 번 보시길
효과는 보장한다

크리스마스 공휴일과 의도치 않은 월요일 휴가로 운동을 5일이나 쉬었다
새벽에 4시간 자고 허겁지겁 일하다 저녁에 운동하려는데 참 죽겠더라
하지만 죽을 순 없지
역시 사람은 잘 먹고 잘 자야 된다
근데 난 오늘도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
쯧쯧

날씨가 또 추워졌다
그나마 눈 내려서 좀 덜한 듯한 느낌이
일요일엔 폭설이 내려 길이 미끄럽다
마치 문워킹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근데 내 방 건물 현관이 너무 미끄러워서 꽈당할 뻔도
길바닥의 시커먼 것들이 신에 묻어 내 방 현관 바닥에도 묻었는데 이거 참

똥고양이들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있다
겨울이 되어서 찌는 것 같다
나도 겨울이 되어서 살이 좀 찐 것 같기도 하다
이 지옥같은 연말 회식 시즌에서 벗어나면 다시 빠지겠지
오늘도 점심 회식으로 참치회를 먹었는데 내일도 점심 회식과 저녁 술자리가 있다
그래 자랑이다 나도 안다
우리집 고양이들은 언제 빠지나 특히 양갱 솔직히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쿠크가 책상 위로 뛰어오르면서 미끄러지며 손을 긁었는데
왼손엔 아직도 딱지가 덜 생겼다
오른 팔 왼쪽 옆구리 가슴팍엔 아직도 흉터가 있다
니네들은 언제 어디까지 영역표시를 할 셈이냐
옛날엔 린이가 다리에다 참 많이 긁었는데
린이랑 페코 보고 싶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멋진 조직장님의 배려에 일찍 퇴근
하지만 할 일이 없던 나는 윗층의 컴퓨터와 짐을 다 가지고 내려왔다
의외로 짐이 별로 안 되더라 가방 쓰고 하니까 두 번 왔다갔다 한 걸로 끝
2007 경력 입사자 교육 자료같은 걸 보고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그 동안 이렇게 많이 변했나
그렇다 난 별 거 아닌 걸로 자주 기분이 묘해진다

언제나 그랬지만 올해는 더욱 더 연말인 줄 잘 모르겠다
내가 티비나 기타 매체등을 접하지 않아서 더한 것도 있겠지만
201x 년도가 시작되고 내년이면 나도 스물여섯이네
시옷 받침까지는 이십대 중반이라는데
뭐 이런 걸 따지고 있나 나이값 할 생각을 해야지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예전에도 이야기하다 나온 거였지만 언제부터 어른이 되는가
그건 죽을 때까지 어른이 못 될 것 같다고 느끼는 시점부터가 아닐까 싶었다

지난 주말부터 엔하위키를 열심히 보고 있다
내가 몰랐던 것들이 많았고 재미난 것들도 참 많았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12시간 본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보다 보니 내가 한국전쟁 이후의 한국사에 무지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웠다
419 김주열 6월항쟁 이한열 기타 굵직한 사건들
이 땅에 사는 이상 좀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국군 항목 보는데 동생 생각이 났다
새끼 눈 존나 치우고 있겠지 이제 막 일병도 달았을 거다
옛날에 막 줘패던 게 생각나서 참 미안해졌다
왜 그랬을까
나도 어릴 적 아버지한테 맞은 건 다 기억하는데 이 놈도 기억하고 있겠지
폭력은 안 좋은 게 맞는 것 같다

옛날엔 담배 피면서 자주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런 걸 흡연자들은 담배 한 모금의 여유라고 한다
적절한 설명이다
뭐 굳이 담배로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우기진 않겠다만
가끔씩 커피 한 캔 들고 나가서 연기를 내뿜으며
시커먼 하늘 빼곡히 들어찬 별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담배 생각도 안 나고 피우지도 않고
아주 가아아아아끔씩 생각이 나긴 한다 술을 많이 마셨다든지
그러면 목이 뎅겅 잘리는 상상을 한다
그럼 담배 생각이 싹 사라진다
다시 그 지옥에 발 들여 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라는 생각을 하며 상상을 하곤 하지
맞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때마다 참는 거다
행여나 아직 담배를 모르시는 분들은 절대로 피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옛날에 A에게 주기적으로 담배를 권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뭔 그런 미친 짓이 다 있나 싶다 미안하다
막 회사 생활 시작할 즈음에 만난 형 B는 그 때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있었는데
내가 꼬드겨서 다시 담배에 손을 대게 되었다
형 죄송해요 제가 죽일 놈입니다 요즘은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네요

마무리를 지어야 되는데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계속 줄줄 쓰고 싶다
하자면 끝도 없겠지
우리 집에서 온수가 이상한 패턴으로 나와서 머리 감기 곤란하다든지
오늘 방향제를 새로 뜯었는데 기대가 된다든지
집에서 갖고 온 쪼꼬렛은 밀크랑 크런치가 다 떨어지고 아몬드만 남았고
사과 먹어야 되는데 먹을 타이밍이 좀 안 나서 썩는 거 아닌가 걱정도 되고
물 뜨고 이마트도 가야 되는데 요새 맨날 집에 늦게 들어 오고 할 일도 있고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차분히 한 번 돌아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 외로 우린 사소한 사건들이 많다
사진의 기초 들을 때 주상연 선생님께서 그러셨지
해변을 가도 모래 사장의 조약돌에 카메라 들이밀 사람이라고
그렇습니다 저는 대체로/자주 그런 사람인 듯 해요
이짓도 하다 보면 재밌습니다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하고 자든지 연습을 더 하든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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