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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줄을 간다는 것
단상 |
10/12/12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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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새 베이스 줄을 사고 '공연 전에 갈아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 합주를 하면서 내가 아직 줄을 못 갈고 있었음을 발견했다. 2주 정도 전에는 갈아야 안정성 면에서도 좋고 합주를 해서 시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은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세 시간 합주를 하는 동안에 거칠거칠한 느낌의 오래 된 줄로 연주를 해야만 했다. 오늘 앰프는 ashdown이었는데 앰프 상태가 안 좋은 건지 in/out 노브 전부 크게 반응하지 않았고 이퀄라이저도 그다지. 컴프레서 성능만은 좋아서 그걸로 소리를 다 메꿨다.
어쨌거나 집에 와서 급하게 베이스 줄을 갈았다. 이번에는 DR의 로라이더... 아니 베이스 줄 메이커같은 걸 설명해봤자 별로 재미는 없을 것 같고, 어쨌거나 이번에 산 줄은 지난 번 것과는 다른 브랜드의 제품인데 4번 줄을 자르지 않으면 페그에 너무 많이 감겨서 문제였다. 한 번 잘랐는데 그래도 길어서 페그가 꽉 차길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더 잘라냈다. 3번 줄도 조금 잘라야 했다. 지난 번 줄은 그 길이가 잘 조절이 되어 있어서 따로 자르지 않아도 좋았는데 이번 줄은 이런 문제가 있었다.
사실 줄을 갈 때 줄을 가는 시간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청소이다. 평소에는 연주를 하고 아무리 지판과 프렛을 닦는다고 해도 줄에 걸리적거려서 완벽하게 닦을 수는 없다. 넥 쪽 뿐만 아니라 바디의 픽업 부분이라든지 브릿지같은 부분에 끼어 있는 먼지는 좀처럼 청소가 안 되는 부분이다. 그 뿐이랴 헤드도 마찬가지다. 줄이 지나가고 있는 부분은 항상 먼지가 껴서 볼품이 없어진다. 베이스는 그래도 나무 색이라서 별로 티가 안 나는데 레스폴의 흑단에 자개는 먼지가 조금만 앉아도 영 모양새가 안 좋아진다. 수건을 가지고 손톱을 세워 프렛과 지판이 닿는 부분의 묵은 때들을 벗겨내고 보이는 먼지들을 모조리 제거한다. 금속 파츠가 분리가 가능하다면 그것들 또한 벗겨내서 잘 닦아준다. 이 상태로 넥이 휘었나 안 휘었나 한 번 보기도 하고 프렛 하나하나의 상태가 정상인지 평소에 살펴 보기 힘들었던 부분들을 모조리 체크한다. 모든 걸 점검하고 나서야 비로소 줄을 하나씩 감기 시작한다. 적당한 길이로 줄을 자르고 나서 브릿지에 끼우고 잡아당겨 페그에 감기 시작한다. 페그에 둘둘 감긴 줄끼리도 유격이 생기지 않아야 하며 조금의 틈도 없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튜닝 안전성이란 이런 종류의 악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 줄을 다 감았으면 튜닝기를 연결해서 튜닝을 해 준다. 새로 줄을 갈았기 때문에 기계 바늘이 굉장히 많이 왔다갔다 한다. 금속이라도 장력이 꽤나 걸리기 때문에 조금 늘어나서 자리를 잡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이 줄들은 그냥 쇳덩어리지만(스텐 혹은 니켈) 뜨거운 방과 차가운 연습실에서의 튜닝이 다르고 습한 여름과 건조한 겨울의 튜닝이 또 다르다. 엄청나게 민감한 것이다(내가 합주실 와서 튜닝 안 하는 사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튜닝하라고 윽박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당 피킹이 제일 많은 노래로 테스트를 해 본다. 이번 공연엔 범프 노래가 있으니까 그 곡을 연주했다. 1234번 줄을 다 쓰기도 하니 매우 적당한 노래다. 연주를 다 끝내고도 튜닝이 별로 틀어지지 않았다. 지난 번 과밤 때 기타 줄 갈고도 튜닝이 별로 안 틀어져서 신기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한 번 더 쳐본다. 줄을 막 갈았을 때의 그 카랑카랑한 쇳소리가 정말 마음에 든다. 준비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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