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내가 베이스든 기타든 열심히 쳤던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못치는 게 싫어서'였던 것 같다. 고1 때부터 계속 베이스를 쳐 왔던 나로서는 같은 밴드 내에서는 나 때문에 합주에 차질이 생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연습을 했고, 행여나 다른 팀과 같이 공연을 하게 된다면 다른 팀의 베이시스트보다 더 잘 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을 했다. 재수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나보다 썩 잘 치는 사람들을 그다지 보지 못했고 그 때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으며 한편으로는 우월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 건가? 내가 뭐 잘났다고?'라는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으며, 역시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는 열등감을 느끼고 싶지 않고 남들 위에 있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 때문인가 하는 죄의식 비슷한 기분이 검은 덩어리를 이루며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 불쾌한 느낌을 같이 받을 수 있었다.
바로 전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다른 팀이 잘하는 걸 참 오랜만에 봤다고 해야 되나 처음 봤다고 해야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나쁘지 않았고 참 즐거웠으며 순수하게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몹쓸 놈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_- ;
그래 연습은 적당히 하고 이제 잘 시간이지... 요즘 하루하루가 정말 충실하게 잘 흘러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