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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0
일기 | 10/01/11 01:34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처에서 애니를 받아서 봤다.


토요일 오후에 일어나 빈둥거리다가 환기나 시켜야겠다 싶어서 창을 열었는데 그 놈의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장을 보러 갈 계획이었는데 웬 눈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가야할 거 그냥 갔다. 정 춥고 길이 미끄러우면 버스를 타고 갈 생각도 있었는데 좀 걸어보니 갈만하길래 그냥 걸었다. 날씨도 날씨고 길도 눈바닥이라 별로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이마트에 들어가 휴대폰을 꺼내고 메모를 살펴보며 살 것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았다. 음료수랑 캔커피 우유 등등 사니까 장바구니가 엄청 무거워지던데 앞으론 그냥 카트를 끌고 들어와야하나 싶었지만 토요일 저녁의 인파를 헤쳐나가기엔 너무 힘겨울 것만 같았다. 왜인지 밥을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세 팩에 만원인 걸 좀 비싸다 싶었지만 일단 한 번 사 봐야지 하는 생각에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다니다 보니 햄버그스테이크를 두 팩에 만삼천원에 팔던데 한 팩에 네 조각씩 들어 있었다. 잠시 보고 있으니 판매하시는 분께서 날 보고 한 팩에 만원인데 두 팩이면 만삼천원이고 6시까지 한정 세일한다고 목청 좋게 떠들었다. 하지만 저거 사면 언제 다 먹나 싶어서 그냥 지나치고 간장마늘치킨을 샀다. 이게 진리지 ㅋ. 이마트를 나오니 들어올 때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이런저런 작품에서 분위기 전환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데다 해피엔딩의 암시를 주지만 현실은 신발과 바지가 더러워지고 다니기 불편할 뿐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볼륨을 높여 듣는 노래 덕에 주변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희미하게 뜬 눈 사이로 흩날리는 눈발들은 확실히 초현실적이었다. 그러면서 무거운 장바구니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또 걸어서 집으로 왔다. 안 그래도 일어나서 우유가 모자라 시리얼도 한 번밖에 못 먹어서 배가 무진장 고팠지만 일단 청소를 하고 쌀을 씻어서 불리고 밥을 앉혔다. 밥 다 되기 전에 치킨 좀 꺼내서 먹었지만. 나와 살면서 처음 내 손으로 밥을 해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좀 멋쩍었다. 어찌됐건 맛있더라... 밥 하면서 물 끓으니까 순식간에 방의 습도가 확 올라가던데 유리창에 김이 확 서리는 덕분에 나는 20분 간격으로 창문을 주기적으로 열어서 습도 조절을 해야만 했다. 일요일도 일어나서 해 놓은 밥과 사둔 반찬을 먹으며 포만감을 즐길 수 있었다. 밥 제대로 먹는 걸로 사람다운 삶같다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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