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병신같다. 정확히는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잉여인간의 만기는 개인적으로 제외하고 싶지만). 병자病者가 아니라 병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실제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을 생각할 수 없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가 있는 누이를 타박하며 생활을 유지하거나, 직업도 재산도 당시의 남자로서 갖춰야 할 것은 하나도 갖추지 못한 자가 주변인들에게 허세를 부리는 것이 고작 하루 일과인 사람, 진학은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채 술집 작부에게 돈을 타 쓰거나 몸을 팔아 돈을 벌어오는 아내를 때리며 사업 밑천이 필요하다며 협박하는 남편... 정말 말그대로 모든 남자들이 병신같이 나온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처지나 직업에 관계없이 강한 심지와 억센 생활력, 삶에 대한 의지들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쟁 후라는 척박한 환경과 여전히 심각한 남녀 불평등이 존재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전쟁, 가난, 억압...
가장 회자되는 작품 '잉여인간'의 '잉여'는 요즘 누구나 쓰는 단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갑갑하며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