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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일기 | 11/02/21 20:27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시계를 본다. 7시 12분. 아침은 아니다, 저녁이다. 하지만 내 방의 알람 시계는 아니니 아무 상관이 없다. 심지어 나는 방에 있지도 않다, 여기는 바깥이고 나는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예정이다. 식사로 나온 크림소스 파스타를 두 번이나 더 받아먹었더니 좀 서 있다가 들어가야 배가 꺼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달리 갈 곳은 없기 때문에 내 방인 5층에서 계단을 더 걸어 올라가 옥상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어슴푸레하게 사그러드는 저녁빛으로 깔린 어두운 하늘 밑에 희미한 비행운이 서쪽에서부터 동쪽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던 그 기다란 비행운은, 세상에 나와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넓게 퍼져 있었고 제각기 다른 바람의 보폭 때문에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 모양이 퍽 부드러웠다. 오리온 자리의 삼태성쪽으로 향하는 깜빡이는 불빛이 이윽고 민타카를 스쳐지나간다. 한참 이후에 또 다른 불빛 또한 그 길을 따라 동쪽으로 날아갔다. 너희들은 같은 길을 공유하는 사이구나,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서로 갈라져 각자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더 크게 깜빡이는 불빛이 남동쪽에서 다가온다. 저 정도 고도라면 아마 일본에서 오는 비행기겠지. 남동쪽에서부터 유유히 날아 산을 넘어 아파트를 지나 서쪽 산자락을 스쳐 가라앉을 때까지 보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나와 있어도 하나도 춥지 않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구나.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이제 봄이 오면 어떡하지, 다시 추워져서 오래도록 시린 손을 불어가며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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