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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기 | 06/06/14 00:46
오늘 출근길 지하철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간 반팔티를 입고 있는 것이 보였는데 '아니 아무리 오늘이 한국 경기일이라고는 하지만 대체 왜 아침부터 이러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퇴근하고 저 복장으로 바로 응원하는 가는 거구나'하고 알아차렸다.

어제 잠을 별로 못 자서 좀 피곤했는데 어제 저녁에 갑자기 일이 산더미처럼 생겨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좀 있었는데 오전 중에 극에 달해서 점심시간 좀 전부터 자고 일어나서 밥 먹을 생각으로 잤는데 일어나 보니 1시가 넘어 있었다. 밥을 못 먹고 문서를 옮기는 기계적인 작업을 계속 하면서 몽롱하게 있었다. 이 글 직전의 포스팅은 점심도 거르고 자고 나서 한 거고.

6시가 되니 많이들 퇴근하고 7시가 되니 회사에 4명밖에 없었다. 8시쯤 밥을 먹으러 갔는데 멀리 가기 싫어서 건물 안에서 해결을 하려고 6층에 갔는데 밥을 먹으면서 보이는 'MEGABOX'의 빨간 글자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몸도 안 좋고 정신적으로 지쳐 있어서 빨간색만 봐도 토할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려면 현대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전에 도로를 건너야 한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하기 전에 초록불이 되었는데 걸으면서 '아 지금 내 상황은 초록색이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잠시, 도로 위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다. 빨간색... '욱'하는 느낌과 함께 다시 어지러워졌다 -_- ;

왜 그랬을까 ? 온 국민이 축구에 열광하는 게 보기 싫어서 ? 월드컵을 이용한 상업적 이벤트가 단순히 싫어서 ? 너무 지겨워서 ?

하지만 이기니까 그래도 기분이 좀 좋아지더라. 경기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제발 좀 지고 4년 뒤에는 이런 모습 안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2골 넣고 난 뒤에 계속 공을 돌리는 게 경기가 재미가 없었는데 마지막 프리킥에서까지 공을 돌리는 거 보고 참 아쉬웠음... 승리가 중요하고 그것을 위한 합리적인 플레이였으나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다(이미 일찍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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