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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2
일기 |
11/03/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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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동 매점에서 엑스 코카스(코카스 엑스가 아니었다)를 두 개 묶어서 하나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 개 천원. 요즘 특히나 1+1 행사에 쉽게 지갑을 열어버리곤 했던 터라 혹해서 사보았다. 마침 전날 잠을 조금밖에 자지 못했고 그 날 또한 밤 늦게까지 다음 날의 퀴즈 공부를 할 셈이었기 때문에 핑계거리도 적절했다. 간식으로 과자도 하나 사서 먹고 코카스를 마셨다. 30분 있다가 엎드려서 잤다.
아무래도 개강하고 1주일도 지나지 않았던 탓에 해동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낮이야 공강 시간에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저녁 시간이 지나면 다들 집으로 가는 건지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낮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 수록 학생들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그 날 시내 버스가 모두 끊어질 때까지 남아있던 학생 네 명은 모두 우리 과 학생들이었다. 선비의 위엄, 김명수 교수님 만세!
문화관 실기 지도실 앞에서 허망하게 30분을 날리고 돌아서 밖으로 나가는데 들려오는 마림바 소리가 있었다. '누가 음악을 틀어놨나, 저 스네어 스트로크 소리는 정말 장난이 아니군' 하는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왔는데 스네어를 두드리고 있던 사람은 여학생이었고 단발의 백발을 지니신 노교수님(일 것이다)이 한 손에 채를 세 개씩 쥐고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확한 박자로 강약의 흐트러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칼같은 연주를 듣고 있자니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인물 사진 세트를 보고 있었는데 참 재미있었다.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그 짧은 순간에 찍은 사람이 보고 있었을 심정, 찍힌 사람이 카메라(혹은 찍은 사람)를 보고 있었을 때의 그 미묘한 분위기를 상상하는 것은 인물 사진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그런 아마추어 사진가가 주변의 사람들을 찍을 경우에 그런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사진가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사진에 나타난 먼지 티끌 자국이 정겹게 느껴졌다. 먼지를 지운다고 공을 들이고 있는 사진사의 뒷모습같은 것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정말 멋진 작업물이었다. 나 또한 잠시 초점 길이가 적당히 긴 렌즈와 흑백 필름 사용에 대한 갈망이 일었으나 타인의 행위나 선택으로부터 오는 자극은 지금껏 내게 크거나 길게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물론 그것들이 준 것이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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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s nazono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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