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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일기 | 11/03/10 12:15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있고 1주일에 수업이 하루뿐이라 강의 설명만 한 강좌도 있었지만 모두 다 썩 괜찮은 강의들인 것 같다. 그런데 드럼 수업은 1주일에 한 번인데 강사님이 안 오셨다. 월요일이면 늦게까지 다른 수업이 있어서 빼든지 해야할텐데.

1주일에 월화수목, 4일 학교를 나가는데 개강이 수요일이었고 수목월화 4일 동안 이틀을 구조 셔틀을 타고 내려왔다. 개강 1주일만에 보는 퀴즈의 위엄... 왜 이리 일찍 보나 싶었는데 교수님께서 출장을 가셨다네.

개강 전부터 목 안이 좀 이상했다. 살펴보니 헐어 있던데 하루 이틀 있으면 괜찮겠거니 했지만 주말이 지나도록 낫질 않았다. 월요일 오전에 급하게 학교 보건소에 가 봤는데 가글 줄테니까 일주일 동안 해 보고 안 나으면 이비인후과를 가라고 한다. 두 종류다. 빨간색 초록색. 초록색은 마취 성분이 들어 있는지 하고 나면 한 시간 정도 입 안이 얼얼하다. 목은 가끔 따갑게 아프고 염증이 있으니 좌우 편도선이 조금 부어 있다. 밥 먹는 것도 조금 힘들다. 얼른 나아야할텐데.

301동 과방 및 실습실 공사가 덜 끝나서 갈 곳이라고는 302동의 실습실 뿐인데 여기에서 실습 수업이라도 하고 있으면 정말 갈 곳이 없다. 어제도 퀴즈가 끝나고 저녁 먹을 때까지 갈 곳이 없어서 해동에 가서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다. 그리고 책 두 권을 빌렸다.

"수필은 청자 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언어영역 지문에서 자주 보았던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글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많이들 보셔서 기억하고 계시리라. 지문에서 보았던 글은 전문이 아니었음을 어제 알았다. 셰익스피어와 찰스 램이 언급되는 단락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 이 분이 영문학자였다는 것도 그 때서야 알았다. 보통 지문은 아래와 같이 끝나곤 했다.

"...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은 파격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

헌데 이 문장 아래에 한 단락이 더 있었다. 한참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단 바로 그 말.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다가도 그런 여유를 갖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나의 마지막 십분의 일까지도 숫제 초조와 번잡에다 주어버리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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