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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일기 |
10/09/28 23:56
이번 학기에 전공 수업은 두 개밖에 듣지 않지만 핵심교양을 포함해서 교양 수업을 세 개나 듣고 있다. 현대 음악의 이해, 현대 예술의 이해, 예술과 인간 이렇게 세 과목. 과목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직접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건 아니지만 작품 감상 이후에 설명을 듣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A4 이면지(그렇다 난 실습실 뒷편에 언제나 쌓여 있는 이면지를 사랑한다)에 끄적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오늘 현음이 시간에는 쇤베르크를 다뤘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언제나 가십거리가 흥미로운 법. 20세기 초 비엔나의 링슈트라세는 참 신기한 동네였다. 언젠가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가 있었던 클림트가 거주했고 새로 생긴 오페라 하우스의 단장이 말러(그러고 보니 둘 다 구스타프)고 그가 직접 지휘를 하며 말년에 그가 정신병을 앓았을 때 진단을 하던 사람이 프로이트라질 않나. 물론 코코슈카(바람의 신부 이야기)와 그로피우스, 그리고 알마 말러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정말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사건들을 겪으며 산 사람이었다. 아무리 봐도 일정 부분은 본인이 자초한 것 같지만, 우와.
집중 감상 시간에는 보체크가 상영되었다. 2007년 실황이라는데 병사가 노동자로 각색된 버전이었다. 보체크가 의사에게 몸을 실험 대상으로 제공하는 장면은 수술대 아래의 브라운관에서 실제 수술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거 보고 정신적으로 울렁거려서 죽을 뻔 했다. 으윽.
도서관에 가서 브레송 전기(?)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 세기의 눈'을 읽으며 역시 A4 이면지에 메모를 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코트디부아르(드록바!)로 가서 1년 동안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 죽을 병에 걸려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에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는데 그의 사진을 보고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은 훨씬 많겠지 아마.
아쉽게도 4시가 거의 다 되어 예술과 인간 수업을 들으러 5동으로 향했다. 오늘은 무슨 이유에선지 수강생이 여섯 명밖에 없었다. 수업 시작 전에 잠깐 흰소리를 하겠다고 그러시더니 요즘 대학생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불안'일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자신은 자유롭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하고 캠퍼스에서도 그런 자유를 만끽할 필요가 있다고. 느티나무 밑 - 벤치가 있으면 더 좋고 - 에 앉아 시집을 꺼내 시 열 수를 읽고 그래도 분위기가 나지 않으면 와인도 좋고 막걸리도 좋고... 다분히 선생님 본인의 취향과 가치관이 반영된 말씀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적인 느낌의 말씀을 듣는 게 좋다. 현음이 시간에 아쉬운 건 이석원 교수님의 개인적인 감상을 좀 더 들었으면 하는데 그런 것이 별로 없다는 거. 전상직 교수님은 음악의 원리 수업에서 이건 맘에 들고 저건 아닌 것 같고 그런 말씀을 해 주셔서 되게 재밌었는데.
지난 시간에는 고대 이집트의 벽화 한 장면 중 '멘나'가 아비도스로 장례식을 치르러 가는 그림이 오시리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보았는데, 이번 시간에는 신화의 페르세포네 이야기가 오시리스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말씀을 들었다. 이 수업의 좋은 점 하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르니니의 대리석 조각을 집중 감상(...) 했는데 비록 사진이었지만 여러 각도에서 조명되었고 클로즈업 되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볼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 이후에 베르니니가 있었다'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구나 하는 박력과 섬세함이 느껴졌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안고 있는데 손아귀의 힘과 체중에 의해 등쪽 살이 눌린 정도도 '이것 아니면 아니겠다' 싶은 적절함이 있고 페르세포네 눈물 흘리는 것과 공포에 질려 동공 열린 걸 표현해낸 게 진짜 완전 대박. 직접 가서 보면 주저앉아 탄식만 하고 있을지도...
수업이 끝나고 감자 쟂으 드럼 수강하는데 놀러 가서 검은 바지에 나무 조각 다 튀어 허옇게 될 때까지 드럼을 치다 왔다.
오늘 현음이 시간에 본 에곤 쉴레의 자화상이 하루 종일 눈가에 아른거렸다. 어이 거기 자네 누군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열심히 올바르게 잘 살고 있는가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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