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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단상 | 10/11/28 22:18
과밤에 찍힌 사진들을 보았다. 지금까지 오른 무대의 수도 많고 찍힌 사진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 공연을 한 적은 처음이라 유독 사진이 많았다. 충분한 셔터 스피드를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조명도 매우 잘 받았고.

그런데 찍힌 사진들을 보니 '내 얼굴 참 못 생겼구나'싶다. 얼굴 살이 빠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빠진 피부하며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세로로 크고 길게 주름이 패이는 건 정말 좀 보기 그랬다. 다 살이 없어서 그렇다. 볼 살이 빵빵한 사람들은 그것이 고민이겠지만 볼살이 너무 없으면 그 자체로 엄청나게 빈해보인다는 걸 처절하게 깨달았다. 눈은 또 어떤가?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 눈은 매우 많이 튀어나와 있는데, 눈도 평소에 크게 뜨고 있는 편이 아니라 눈꺼풀이 조금 내려와 있으면 눈선의 위쪽이 일자로 보인다. 아래쪽 선의 휜 정도가 더 클 정도로. 게다가 웃거나 할 때마다 지는 눈 가의 커다란 주름 또한 그다지 보기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주 늙었으면 모르되 아직 겨우 이십대 중반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이건 이십대 중반의 눈주름이 아니다. 아랫입술부터 턱끝까지의 거리가 꽤 있는 편이라 노래한답시고 입 벌리고 있을 때 사진은 마치 펠리컨 부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우스워라.

사실 피부가 안 좋다거나 개별적인 것들이 크게 볼만하지 않다든가 주름이 많다든가하는 것들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예전부터 알고 있긴 했어도. 문제는 인상이 너무 별로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얼굴은 변하기 마련이고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얼굴 이대로 좋은가 하는 느낌이 좀 들었다. 애초에 볼만한 얼굴이 아니니 노래 부르는 동안에 더 망가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허세 좀 그만 부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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